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1일 오전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에서 열린 현장 최고위원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 대표는 이날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현장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주당이 주도해서 (지난해 2월 특별법을) 통과시킨 가덕신공항을 반드시 2029년까지 완공해서 부산 발전의 견인차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부산을 해운산업의 메카로 만들어가는 일도 반드시 성취해내겠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정치권에서는 “어차피 신공항 사업을 주도하는 건 여당인데, 숟가락 얹기 차원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 가덕신공항은 지난 4월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가 확정됐고, 내년까지 기본계획 및 설계가 이뤄질 예정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데다가 PK지역에는 국민의힘 소속 의원이 많은 만큼 추진 동력도 크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도 21일 국회에서 열린 경제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2030년 이전까지 가덕신공항을 완공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정부가 지난 2일 국회에 제출한 내년도 예산안에는 가덕신공항 건설 예산으로 120억원이 책정됐다.

부산 강서구에 위치한 가덕도 전경. 민주당은 지난해 2월 가덕신공항 특별법을 국회에처 처리했다. 지난 4월 가덕신공항 건설사업은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가 확정됐다. 중앙포토
가덕신공항에 목소리를 높인 이 대표지만 정작 자신이 공약했던 산업은행 지방 이전 문제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민주당과 정책협약을 맺은 한국노총이 여권이 추진하는 산업은행 부산 이전에 반대하는 등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엇갈리는 민감한 이슈다. 부산 지역 정가에서는 이 대표가 이날 부산에서 관련 이슈를 발언할 것으로 기대했지만, 그는 현장 최고위와 직후 열린 부·울·경 예산정책협의회에서 이를 단 한 차례도 언급하지 않았다.
익명을 원한 고위당직자는 “민주당 지지기반 중 하나인 노조가 강하게 반대하는 사안이라 이 대표가 나중에 보고만 받기로 한 것으로 안다”며 “굳이 긁어 부스럼을 만들 필요가 없다는 취지”라고 말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 지도부 인사들이 21일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에서 열린 부울경 예산정책협의회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송봉근 기자
가는 곳마다 선심성 약속 펴는 李
이 대표는 전날 부산으로 향하는 자신의 차 안에서는 유튜브 생방송을 통해 “기본적인 삶을 보장하는 상징적 깃발이 기본소득”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기본소득은 이 대표가 지난 수년간 밀어왔던 대표적 공약인데 수십조원에 달하는 예산으로 재원 논란이 적지 않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6일 전북 김제 김제농협 미곡창고를 찾아 도정된 쌀을 살피고 있다. 연합뉴스
다만 당내에선 비판도 적지 않다. 익명을 원한 비이재명계 중진 의원은 “국가 대계를 너무 근시안적으로 보고 밀어붙이고 있다”며 “민주당은 국정운영의 책임이 덜한 야당이어서 나중에는 국민들에게 ‘무책임하다’는 비판을 받을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이날 이 대표가 주재한 예산정책협의회에는 협의 당사자인 국민의힘 소속 부·울·경 광역단체장 3명이 모두 불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