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분대 노래가 음원차트 점령

'애프터 라이크'를 발표한 걸그룹 아이브. 데뷔 이래 2분대 노래를 타이틀 곡으로 내세우고 있다. 사진 스타쉽엔터테인먼트
10년 전과 비교해보면 확연하게 달라진 추세다. 2012년 멜론 연간 음원차트 상위 10곡 중 2분대 노래는 한 곡도 없다. 길이가 가장 짧은 곡은 걸그룹 씨스타(SISTAR)의 ‘나 혼자’(3분 26초)이고, 빅뱅(BIGBANG)의 ‘판타스틱 베이비’(FANTASTIC BABY, 3분 50초)와 투애니원(2NE1)의 ‘아이 러브 유’(I Love You, 3분 57초) 등 다른 K팝 그룹들의 노래는 거의 4분에 육박한다.
K팝이 1분 가까이 짧아진 원인으로는 주 소비층의 달라진 콘텐트 소비 습관이 꼽힌다. 틱톡과 유튜브 숏츠 등을 통해 1분 내외의 짧은 영상을 많이 접하면서 짧은 시간에 핵심만 전달하는 콘텐트에 익숙해졌다는 분석이다.
아이브 소속사인 스타쉽 이지현 기획마케팅 PR팀 본부장은 “숏폼 콘텐트에 익숙한 요즘 세대들에겐 지루한 부분을 최소화해서 보여줘야 한다. 과감하게 간주를 없애니, 1020 세대에 어필하기 좋은 틱톡이나 유튜브 쇼츠를 이용한 챌린지 홍보에도 유용하다”고 말했다. ‘애프터 라이크’도 전주 없이 3초 안에 가사가 나오고 간주는 10초 정도로 군무로 채워진다.
16부작은 옛말, 유튜브선 요약 버전 시청

6부작으로 제작된 넷플릭스 '수리남'. 사진 넷플릭스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드라마는 이보다도 짧다. 올해 공개된 넷플릭스 ‘수리남’과 쿠팡플레이 ‘안나’는 6부작이고, 지난 12일 미국 에미상 주요 부문에서 수상한 ‘오징어 게임’은 9부작이다. 이마저도 길다고 느낀 시청자가 적지 않은지 ‘오징어 게임’을 30분으로 요약한 한 유튜브 영상은 조회 수 529만회 이상을 기록하기도 했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너무 많은 콘텐트가 쏟아지면서 길이보다는 밀도가 중요해졌다”며 “사람들이 숏폼에 자주 노출되는 게 다른 콘텐트 소비에도 간접적으로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유튜브에 올라온 '오징어 게임' 요약 영상은 조회수 529만회 이상을 기록하고 있다. 유튜브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