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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가 아랍에미리트와 수출 계약을 맺은 라팔 전투기. [AFP=연합뉴스]](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joongang_sunday/202209/24/cf86335c-11d1-4178-9907-5fd049bce1ea.jpg)
프랑스가 아랍에미리트와 수출 계약을 맺은 라팔 전투기. [AFP=연합뉴스]
미국 국무부는 지난 2일(현지시간) 대만에 대한 11억 달러(약 1조5000억원) 규모의 무기 수출을 공식 승인했다. AGM-84L 하푼 블록Ⅱ 지대함 미사일 60기와 AIM-9X 블록Ⅱ 사이드와인더 공대공 미사일 100기 등 주요 전략무기가 대거 포함됐다. 미국이 대만에 무기를 판매한 건 올해만 벌써 5번째다. 지난 2월엔 패트리엇 미사일로만 1억 달러 수주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에 맞서 프랑스도 지난해 말 아랍에미리트(UAE)와 라팔 전투기 80대와 수송용 헬리콥터 12대 등 무려 190억 달러(약 26조5000억원) 규모의 수출 계약을 체결해 국제 방산 업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실제로 2004년 프랑스가 군용기 시장에 진출한 이후 최대 수주 규모였다. 이로 인해 미국이 UAE와 230억 달러(약 32조원) 규모로 진행 중이던 F-35 전투기 수출은 사실상 물거품이 됐다. 국제 방산 업계에선 프랑스가 지난해 호주와 디젤 잠수함 공급 계약을 맺기 직전 미국에 ‘가로채기’를 당한 걸 전투기 수출 계약을 통해 되갚은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전통적인 안보 동맹 관계인 미국과 프랑스가 방산 시장에서만큼은 한 치의 양보도 없는 경쟁을 벌이고 있는 셈이다.
![미국 정부가 대만 수출을 승인한 하푼 대함미사일. [AP=연합뉴스]](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joongang_sunday/202209/24/43416a4c-49c2-4091-8c07-ec2d8fd1d54b.jpg)
미국 정부가 대만 수출을 승인한 하푼 대함미사일. [AP=연합뉴스]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세계 무기 거래 시장의 ‘큰손 고객’으로 불리는 인도 역시 최근 무기 수출국으로 거듭나기 위해 대대적인 변신을 모색하고 있다. 인도는 중국·파키스탄 등과 국경을 마주한 탓에 끊임없이 안보 위협에 직면해야 했고 그러다 보니 늘 무기 수입에 적극적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최근 정책 기조를 수입에서 수출로 바꾸는 결단을 내렸다. 자국 방위산업 육성 정책을 발표하고 2035년까지 무기 자급자족 목표도 내걸었다. 차세대 초계함과 육상발 중거리 지대공 미사일 등 주요 무기 수입 금지 조치를 통해 국내 방위산업 보호에도 나섰다. 지난해 12월엔 필리핀과 국방 물자 조달 실행 합의서를 맺으며 러시아와 공동 개발한 초음속 순항 미사일 수출의 발판을 마련하기도 했다.
강은호 전 방위사업청장은 “선진국 중심으로 유지돼 왔던 무기 수출 독점 시장의 문턱이 최근 들어 한국을 비롯한 중견 국가들의 지속적인 방산 개발 투자로 인해 뚜렷이 낮아지는 추세”라며 “앞으로는 제조 능력뿐 아니라 미래전에 대비한 기술력 확보와 가격 경쟁력까지 갖춘 나라가 국제 방산 시장의 승자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은 분쟁 지역 국가들에 ‘맞춤형’ 무기를 집중 판매하는 전략으로 무기 수출 시장 점유율을 빠르게 넓혀간 케이스다. 중국은 지난 3월 파키스탄에 J-10C 전투기 6대를 인도했다. 파키스탄이 수입하는 무기 중 중국제가 47%에 달할 정도로 중국은 이미 파키스탄의 최대 무기 수입국이 됐다. 국지전 대응에 걸맞은 기술력과 저렴한 가격으로 다가간 게 중국의 성공 전략이었다는 게 군사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장원준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각국의 무기 수요는 예상치 못한 안보 위협이 발생할 때 급격히 늘어나기 마련”이라며 “한국도 국제 방산 시장의 이 같은 특성을 잘 파악해 수요에 맞게 최대한 빨리 공급할 수 있는 생산 능력과 이를 뒷받침할 외교력 등을 갖춰놔야 글로벌 무기 수출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