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24일 오후 영국·미국·캐나다 순방을 마치고 성남 서울공항에 도착, 1호기에서 내리며 손을 흔들고 있다. 연합뉴스
순방 중 ‘비속어 논란’ 싸고 극한 대치 양상
외교 라인 정비 등 책임지는 자세 보여야
순방 말미에 불거진 비속어 논란은 정기국회 쟁점으로 번질 태세다. 윤 대통령이 지난 21일 뉴욕에서 행사를 마치고 나오면서 박진 외교부 장관과 나눈 한마디를 놓고 여야는 연일 난타전을 벌이고 있다. ‘비속어의 대상이 미국 의회인지, 한국 국회인지’ ‘바이든 대통령이 언급된 것인지, 아닌지’ 공방마저 일고 있다. 민주당은 순방을 실패로 규정하고 대통령 사과와 외교 라인 전면 교체를 요구하고 나섰다. 이에 국민의힘은 이재명 대표의 과거 형수 욕설 녹음을 다시 거론하는가 하면 광우병 사태의 재판이라고 맞불을 놓으며 정면 대치하고 있다. 생산적인 국회와 거리가 멀어도 한참 멀다.
비속어의 대상이 사실상 야당이라는 대통령실의 해명이 또 다른 논란을 빚었다. 그렇다고 해도 이 문제가 소모적 정쟁으로 확산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실제로 백악관은 “한·미 관계는 굳건하고, 바이든 대통령은 윤 대통령을 핵심 동맹으로 여긴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다. 우리 정치권도 이제 정치쟁점화를 그만둬야 한다. 한국산 전기차에 대한 보조금 제외 문제, 통화 스와프 협의 등 한·미 간 풀어야 할 현안이 시급한 시점이지 않은가. 또 내부적으로도 고물가·고금리·고환율로 고통받는 민생을 돌보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스토킹 처벌법 마련 등 안전과 직결된 현안도 산적해 있다. 국회가 ‘정쟁을 위한 정쟁’에 함몰돼선 안 되는 이유다.
이번 논란은 사실관계가 확인되기도 전에 정치권 일각의 설익은 문제 제기와 일부 언론 보도로 인해 기정사실처럼 수용된 측면도 있다. 대중은 분명치 않은 사안이더라도 반복해 접할 경우 각인 효과에 따라 자칫 확증 편향의 오류에 빠질 수 있다. 문제의 발언을 둘러싼 논란이 불붙고 있는데도 대통령실에서 첫 해명이 나오는 데 15시간이나 걸린 점도 아쉽다. 내부 소통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윤 대통령은 다시 큰 숙제를 안게 됐다. 경제·안보·협치·인사 등 숱한 난제에 직면했다. 외교 라인 재정비 등 책임감 있는 자세로 순방이 남긴 여러 논란에 대한 신뢰성 있는 조치를 내놓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