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기도 전체 노선버스의 90% 이상이 속한 경기도버스노동조합협의회(이하 노조협의회) 총파업을 하루 앞둔 지난 29일 오후 경기도 용인시의 한 버스 차고지 모습. 30일 오전 4시40분쯤 버스 노사의 협의가 극적으로 타결되면서 총 파업은 없는 일이 됐다. 연합뉴스
“오늘따라 버스가 더 반가운 것 같아요.”
30일 오전 5시50분쯤 경기도 수원시 권선구의 한 버스정류장. 사당행 버스를 기다리던 김지영(28)씨가 다가오는 빨간색 7800번 버스를 보면서 말했다. 수원에서 서울 송파구에 있는 회사를 오가는 김씨는 평상시 오전 6시30분쯤 집을 나서지만 전날부터 이어진 버스 파업 소식에 일찍 서둘렀다고 한다. 그는 “버스를 보고서야 파업이 철회된 사실을 알았다. 아침에 뉴스를 보고 출근할 걸 그랬다”며 웃었다. 지난 29일 자정 협상 결렬을 선언했던 경기도 버스노사는 이날 새벽 4시30분쯤 극적인 협상 타결 소식을 알렸다. 서울을 오가는 광역버스 대부분을 포함한 도내 전체 노선버스의 92%(47개 업체 1만 600여대)가 멈춰설 위기에서 벗어난 것이다. 버스 노동자 단체인 한국노총 산하 경기도버스노동조합협의회(이하 노조)와 사측인 경기도버스운송사업조합은 도내 버스 기사 임금을 5% 인상하는 데 합의했다. 또 근로 여건 개선을 위해 14일 전에 배차 근무표를 작성하고 유급휴일 운행 가산수당을 지급하기로 하는 단체협약 개정안에도 합의했다.
마라톤 협상…새벽 4시 협상장에 나타난 김동연

30일 새벽 경기 수원시 한국노총 경기본부 사무실에서 경기 버스 노사가 재협상 타결 후 김동연 경기지사(왼쪽 세번째)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뉴스1
밤 12시 결렬을 선언하고 돌아앉은 노사를 2시간 만에 다시 협상장으로 이끈 것은 지노위(위워장 임승순)와 경기도였다. 결렬 후 흩어졌던 노사는 새벽 2시 장소를 바꿔 지노위 회의실이 아닌 수원시 한국노청 경기본부 사무실에서 다시 만났다. 조정회의 전부터 경기도는 버스 관련 부서는 물론 김남수 정책수석 및 비서관들까지 총투입해 중재에 나섰고 팽팽하던 협상은 오후 4시 김동연 경기지사가 협상장에 나타나면서 급물살을 탔다.
김 지사는 이 자리에서 노사에 임기 내에 준공영제를 전 노선 확대 시행하고, 서울 등 다른 수도권 지역과의 임금 격차 문제도 해소하겠다고 약속했다고 한다. 경기도 관계자들에 따르면, 김 지사는 노사가 마라톤 협상을 하는 내내 10분 단위로 현장에 있던 직원들에게 관련 내용을 보고받으며 협상 전개를 주시했다. 전날 자정 협상 결렬 소식에 “현장으로 가겠다”고 나섰지만 “지금 가면 협상에 방해가 될 수 있다”는 참모진의 만류에 잠시 물러섰지만 “직접 노사를 만나겠다”는 의지를 굽히지 않았다.

30일 오전 경기도 버스 노사의 협상장을 방문한 김동연 경기지사. 김동연 경기지사 페이스북 화면 캡처
사측인 경기도 버스운송사업조합 관계자도 “경기도가 준공영제 전면 시행 등을 약속했으니 이제 경기 버스도 서울·인천과 발맞춰 새로운 전기를 맞이할 것 같다”고 말했다.
김 지사는 이날 오전 5시쯤 자신의 페이스북 등에 버스 노조 협상 타결을 알리며 “경기도는 (버스 노사에) 약속한 내용을 충실하게 이행하겠다”는 글을 올렸다. 그는 “시내버스에 대한 준공영제를 확대하고 운수 종사자에 대한 처우 개선, 민영업체에 대한 경영지원을 통해 도민들이 편리하고 안전하게 버스를 이용할 수 있는 대중교통 환경을 만들겠다”며 “경기도는 앞으로도 (버스) 노사와 함께 힘을 모아 '도민의 발'이 합리적으로 운영되도록 도민을 위해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