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의 금리 인상이 한국 국채는 물론 회사채 금리까지 끌어올려 기업 자금 경색을 심화시키고 있다. 셔터스톡
가뜩이나 불안한 국내 자금 조달시장에도 비상이 걸렸다. 전문가들은 미 연준의 지속적 금리 인상 기조에 당장 국내 기업들의 자금 경색 현상이 심화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미국 국채, 공사채 등 우량채권으로의 자금 쏠림 현상이 가속화하며 채권 시장의 불안이 재발할 수 있다는 우려다.
파월 매파 발언에 韓 채권 금리 상승
전 세계에서 가장 안정적인 자산으로 꼽히는 미국 국채(신용등급 Aaa급)가 높은 금리 수익까지 보장하면, 국내·외 자금은 자연히 미국 국채로 쏠릴 수 있다. 반면 상대적으로 신용도가 낮은 한국 국채나 회사채는 기존보다 더 많은 이자를 줘야만 투자자를 끌어들일 수 있다.
특히 신용도가 어중간한 기업들이 당장 타격을 받을 수 있다. 미국 국채가 전 세계 자금을 끌어들이는 상황에서 국내에선 한국전력공사 등 신용도가 높은 공기업들이 높은 금리를 내걸고 시중 자금을 빨아들이는 이른바 '더블 블랙홀' 현상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 연구위원은 "지난 9월 말부터 한전채가 회사채보다 더 높은 금리를 제시하고 있는데도 투자자를 구하지 못해 유찰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시장 금리의 지속적인 상승은 한계 선상에 있는 기업들을 낭떠러지로 몰아붙일 수 있다"고 우려했다.

고민스러운 제롬 파월 Fed 의장. 블룸버그
신용 스프레드, 금융위기 후 최고치
이 같은 상황은 회사채와 국고채(3년물)와의 금리 격차인 신용 스프레드로 확인할 수 있다. 한전채 스프레드는 지난 1일 1.5583%포인트로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2008년 12월 12일(1.73%포인트) 이후 최고치에 달했다. 같은 날 회사채와 여전채 스프레드도 각각 1.448%포인트, 2.086%포인트에 이르는 등 모두 금융위기 이후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신용도가 높든 낮든 국내 기업 전반의 신용 위험이 커지면서 고금리 보장 없이는 자금을 조달하기 힘든 상황이란 의미다.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벼랑 끝 몰리는 한계기업…"채권시장 불안 재발 우려"
시장에서도 특단의 대책이 필요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김상만 하나증권 채권파트장은 "당장은 아니지만 앞으로도 자금 경색이 풀리지 않는다면, 한국은행의 기업유동성지원기구(SPV) 가동 등의 대책이 동원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기업유동성지원기구는 한국은행·산업은행 등 정책자금으로 신용등급이 낮은 회사채까지 사들여 유동성을 지원하는 제도로 2020년 코로나19 위기 당시 가동된 적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