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가 지난 24일(현지시간) 몬테네그로에서 위조 여권을 사용한 혐의로 체포돼 현지 법원으로 압송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4개국 수사 선상에 오른 권도형
테라·루나 사건 관련 수사는 한국과 미국, 싱가포르에서 진행 중이며, 몬테네그로가 공문서 위조혐의로 권 대표를 재판에 넘기면서 4개국에서 권 대표 관련 형사 절차가 진행 중이다.
수사 착수는 한국이 빨랐지만 기소는 미국에서 먼저 이뤄졌다. 미국 뉴욕연방검찰은 지난 23일(현지시간) 권 대표를 증권 사기, 인터넷뱅킹을 이용한 금융사기와 시세조작 등 총 8개 혐의로 기소했다. 미등록 증권을 권유·판매했고, 시세를 조작한 과정과 경위 등이 담겼다.
한국에선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단(단장 단성한)이 지난해 9월 권 대표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추적해왔다. 피고발 혐의인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와 유사수신 혐의 외에 특경가법상 배임, 업무상 배임, 자본시장법 위반 등도 체포영장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증권성’ 인정한 美 vs 다툼 여지있는 韓…권도형, 어디서 처벌받나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우리 법원은 지난해 10월 테라폼랩스 업무총괄팀장 유모씨에 대한 사기·배임,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 구속영장 청구를 기각하며 루나 코인의 증권성 인정에 대해 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판단했다. 자본시장법은 피해가 클수록 가중처벌되기 때문에 검찰은 권 대표 중형 선고를 위해서라도 테라·루나의 증권성 입증에 주력하고 있다. 검찰은 이르면 이번 주 테라·루나 공동창업자인 신현성 전 차이코퍼레이션 총괄대표에 대해 구속영장을 재청구할 방침이다.
금융범죄 수사 경험이 많은 검사 출신 변호사는 “피해자가 국내서만 28만명, 피해 규모가 50조원이 넘는 등 사안의 중대성을 고려하면 중형은 피할 수 없을 것”이라면서도 “자본시장법이 적용되지 않고, 사기와 유사수신 혐의만 적용된다면 (가상거래소를 통한 테라·루나 거래를) 대면거래를 전제로 하는 사기죄로 처벌할 수 있는지 법정에서 쟁점이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 때문에 권 대표가 미국보다는 증권성 인정을 두고 다퉈볼 수 있는 한국 송환을 선호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미국 메릴랜드주 볼티모어에서 검사로 일했던 박종수 한동대 국제법률대학원 교수는 “미국 연방검찰의 권 대표에 대한 8개 험의는 기소할 수 있는 모든 혐의를 적용한 것으로 보인다”며 “권 대표의 사기 행각은 ‘폰지 사기’와 유사성도 있는데, 설계 단계에서 고의성이 입증된다면 중형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70조원대 규모의 폰지 사기로 기소된 버나드 메이도프 전 나스닥 비상임 회장은 2009년 150년형을 선고 받았다.
검찰 관계자는 “권 대표의 국적이 한국이고 관련 공범 수사도 한국에서 진행되는만큼, 몬테네그로 당국과 협의해 현지 사법절차를 마치는대로 한국으로 송환할 수 있도록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