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 러시아 정교회 신부가 지난해 9월 크림반도 세바스토폴에서 부분 동원령으로 징집된 러시아 예비군들에게 성수를 뿌리고 있다. 우크라이나가 크림반도 탈환을 위해 최근 드론 공격을 활발하게 전개하면서 러시아는 크림반도에 방어 요새를 구축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우크라, 크림반도 드론 공격 활발
26일(현지시간) CNN에 따르면 최근 들어 크림반도에 주둔 중인 러시아 해군 흑해함대와 중요 공급선에 대한 우크라이나군의 공격이 부쩍 늘었다. 다만 작전이 은밀히 진행되는 탓에 구체적인 전황 파악은 제한되고 있다. 결국 러시아 측이 피해 상황을 스스로 밝히거나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폭발 영상 등이 공개되는 등의 경우로 분위기를 짐작하는 수준이다.
앞서 러시아 측 미하일 라즈보자예프 세바스토폴 주지사는 지난 22일 우크라이나군의 드론이 크림반도 남부 세바스토폴 항구를 공격했다고 밝혔다. 이곳은 러시아 흑해함대사령부가 있는 중무장 지역이었다. 러시아 해군이 드론을 격추해 인명이나 선박 피해는 없었지만, 주변 건물의 유리창이 깨지는 등 위협적인 상황이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일에도 크림반도 북부 잔코이시에서 드론 공격으로 인한 폭발이 일어났다. 이에 대해 우크라이나 국방부는 "철도로 수송되던 러시아군의 칼리브르 순항미사일을 파괴했다"고 밝혔다. 러시아 측은 드론 공격을 받은 사실을 시인하면서도 순항미사일 폭발 등에 대해선 함구했다. 잔코이는 크림반도에서 러시아 본토로 이어지는 주요 철도 노선 2개가 교차하는 물류의 핵심 요충지다.

크림반도 북부 잔코이시가 20일 밤 드론 공격을 받아 1명이 다쳤다고 크림공화국 당국이 밝혔다. 우크라이나 국방부는 철도로 수송 중이던 순항미사일이 파괴됐다고 발표했다. 올레그 크류츠코프 텔레그램 캡처
이들의 활동이 점점 집요해지면서 러시아도 이들을 잡아들이는데 혈안이 되어 있다. 유엔 조사에 따르면 지난 1월 말까지 크림반도에서 러시아군의 평판을 훼손하거나 방해한 혐의로 체포된 사람은 210명에 달한다.
이 밖에도 우크라이나 측은 정보전을 통해 크림반도 내 주민들의 불안감을 증폭시키고 있다. 최근 크림반도 라디오 주파수가 해킹돼 한때 대피령이 방송됐는데 '가짜 뉴스'였다고 CNN은 전했다.
러, 주요 지역에 방어 요새 구축

이달 들어 러시아가 크림반도 북부 크라스노페레콥스크 지역의 주요 도로와 다리 근처에 우크라이나군을 방어하기 위한 요새를 건설하고 있다. 목재가 반입되고 콘크리트 작업을 위한 거푸집 공사를 하고 있는 모습이 포착됐다. 크리미안윈드 텔레그램 캡처
크림반도 뉴스를 전하는 크리미안윈드의 텔레그램 채널에는 크림반도 북부의 주요 도로가 지나가는 크라스노페레콥스크·보인카와 크림반도 남부 주요 군 시설이 있는 세바스토폴·심페로폴 등에 요새를 건설 중인 모습이 담긴 사진들이 올라왔다. CNN에 따르면 요새 건설을 위한 노동자 구인 광고도 SNS를 통해 유포되고 있다. 해당 광고에는 최대 7000루블(약 12만원)의 일당과 함께 숙식을 제공한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앞서 지난 24일 우크라이나 국방정보국의 안드리 유소프 대변인도 "크림반도의 러시아 당국 관계자들과 친러시아 관리들이 서둘러 집을 팔고 가족을 대피시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우크라이나가 운용하는 드론이 26일 러시아 툴라 지역 키레예프스크 마을의 민간 시설을 공격해 3명이 다쳤다고 러시아 국영 리아노보스티통신이 보도했다. 키레예프스크는 모스크바에서 남쪽으로 약 175㎞ 떨어져 있다. 러시아 국방부는 우크라이나의 소행이라며 비난했지만, 우크라이나는 아직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