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노량진 공시(公試)촌이 꽁꽁 얼어붙고, 공시 경쟁률이 추락하고, ‘에이스’ 공무원이 민간 회사로 옮겨도 이상하지 않은 현상. ‘신의 직장’으로 불리는 공무원 인기가 예전만 못한 데는 이유가 있었다. 〈중앙일보 3월28일자 5면 참고〉 MZ 세대(20~40대 초반) 공무원 10명 중 8명은 “공무원도 월급쟁이 직장인”이라고 생각했다.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이 지난해 8월 발간한 ‘MZ세대 공직가치 인식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공무원 스스로 ‘공복(公僕)’이라고 여겼던 과거 공무원의 가치관이 달라진 것으로 나타났다. 인재개발원이 MZ 공무원 120명을 설문한 결과 83.3%가 “공무원도 민간 기업 근로자와 동일하게 경제적 편익을 지향하는 직장인”이라고 답했다. 여기 동의하지 않는 경우는 11.7%에 불과했다. “공무원이라면 필요할 경우 불이익과 희생을 어느 정도 감수해야 한다”고 답한 경우는 39.2%로 동의하지 않은 공무원(43.3%)에 밀렸다.
MZ 세대답게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이 최우선이었다. 91.7%가 “업무 외 내 삶에 많은 시간을 쓸 수 있는 직업을 추구한다” “업무량이 적정한 직업을 추구한다”고 답했다. 64.9%는 “조직에 남기 위해 어떤 직무라도 수행할 용의가 있다”는데 동의하지 않았다. 진종순 명지대 행정학과 교수는 “MZ 공무원은 공익을 추구해야 한다는 데는 동의하지만, 공직자가 민간기업 구성원과 다를 바 없다고 전제하고 있다”며 조직에 대한 몰입도가 높지 않다고 평가했다.
앞서 한국행정연구원이 26일 발간한 ‘2022년 공직생활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공무원 6000명을 설문한 결과 ‘기회가 된다면 이직할 의향이 있다’는 문항에 45.2%가 “그렇다”고 답했다. 1년 전 조사에서 이직 의사가 있다고 답한 공무원이 33.5%였던 것과 비교해 이직 의향이 11.7%포인트 높아졌다. 이직 의사가 있는 공무원은 2017년 28%→2018년 28.1%→2019년 30.1%→2020년 31.1%→2021년 33.5%로 꾸준히 증가세다.
인재개발원은 대안으로 ▶공직자가 현실에서 부여받는 각종 의무나 제약이 왜 필요한지에 대한 근거와 정당성을 깊이 있게 교육하고 ▶소속 조직이 추진하는 주요 정책의 성과와 사회적 영향력을 강조하고 ▶공직자로서 전문적으로 충분히 성장할 수 있는 발전 경로를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신영숙 인재개발원장은 “MZ 공무원 비중이 40%가 넘는 추세라 다양한 직급과 세대 간 소통이 더 중요해졌다”며 “공직 사회가 바뀌려면 관리자의 역량과 자질이 중요한 만큼 리더십 교육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