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항저우 알리바바 본사. 로이터=연합뉴스
장용(張勇) 알리바바 최고경영자(CEO)가 지난 28일 전 직원들에게 보내는 서한 형태로 발표한 바에 따르면 알리바바는 1개의 지주회사와 6개 주요 비즈니스 그룹, 소규모 N개 기업으로 나뉘고 주요 6개 그룹은 이사회를 구성해 별도 경영에 들어간다, ‘1+6+N’ 체제다. 6개 그룹은 사업 결과에 총괄 책임을 지게 되며 독립적인 자금 조달 및 상장도 가능하다. 총괄 전략 관리는 장용 CEO가 맡는다. 1999년 창사 이래 24년만의 최대 규모 조직 개편이다.
6개 그룹은 ▶타오바오ㆍ티몰(전자상거래) ▶ 클라우드인텔리전트(AI,클라우드) ▶ 현지생활(本地生活ㆍ배달 플랫폼) ▶차이냐오(菜鳥ㆍ스마트 물류)▶ 글로벌디지털커머스그룹(國際數字商業集團ㆍB2B) ▶디지털미디어엔터테인먼트그룹(알리픽쳐스 등) 등이다.

지난 2019년 상하이에서 열린 국제수입박람회에 패널로 참석한 장용 알리바바 CEO. 사진=차이나데일리 캡처
이번 발표는 특히 마윈(馬雲) 알리바바 창업주가 중국 내 모습을 드러낸 지 하루 만에 나왔다. 2020년 10월 중국의 금융당국을 비판하는 연설 후 공식석상에서 자취를 감추고 그룹 지배력을 상실했던 마윈이 1년 여만에 중국 내에서 목격되면서 알리바바와 중국 당국 간에 모종의 교감이 있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중국 규제 당국은 지난 2021년 반독점 금지법을 적용해 알리바바에 182억2800만위안(약3조1000억원)의 벌금을 부과했고 당시 알리바바에서 분사해 개별 상장을 하려던 핀테크 기업 앤트그룹의 기업공개(IPO)도 좌초됐다.
이런 상황에서 알리바바가 전격적인 분사 조치를 하는 것은 중국의 반독점 정책에 부합하는 변신을 했다는 평가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소식통을 인용해 “알리바바가 공개 발표 전 이같은 구조 조정 계획을 중국 규제기관에 제시해 긍정적인 피드백을 받았다”고 전했다.
중국 경제 매체 차이신(財新)에 따르면 이번 결정은 일차적으로 내부적인 기업 경쟁력 하락에 따른 돌파구다. 중국 전체 전자상거래의 2/3 이상을 차지해 온 타오바오와 티몰은 중국 경제 성장 둔화와 맞물려 지난해 4분기 매출액이 전년 대비 1% 이상 감소했다. 알리바바클라우드의 경우 매년 세자릿 수 성장에서 3%대까지 급락했고 알리익스프레스 등을 운영하는 글로벌디지털커머스 그룹의 매출은 아마존 등 해외 업체와 경쟁에 밀리며 알리바바 전체 매출의 8%로 줄었다.
한때 9000억 달러까지 치솟았던 알리바바의 주가는 2200억 달러 수준으로 30% 수준까지 하락한 상태다. 장용 CEO는 “조직을 보다 민첩하게 만들고, 의사 결정 과정을 단축해 시장에 대한 대응 속도를 높이는 것이 이번 개혁의 의도이자 근본적인 목적”이라고 밝혔다.

지난 27일 마윈 알리바바 창업주(가운데)가 중국 항저우 윈구 학교에 방문해 대화를 하고 있다. 사진=윈구학교 웨이보 캡처
이같은 평가에 힘입어 29일 오전 홍콩 증시에 상장된 알리바바 주가는 최대 16%까지 치솟았다. 전날 미국 뉴욕증시에서도 14.26% 급등한 98.4달러로 마감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알리바바가 시장 가치를 300억 달러 이상 끌어올렸다”며 “알리바바가 역사상 가장 큰 개편으로 빅테크를 불신하는 정부와 당국의 규제 단속으로 충격받은 투자자 모두를 달래는 데 성공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