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수출 불황 ‘지속’…전기차 열풍 그늘, 배터리 수입 급증

반도체 불황에 정보통신산업(ICT) 수출 부진이 이어지고 있다. 배터리 수입은 크게 늘었는데 국내 전기차 생산 수요가 증가한 영향이다.

15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올해 4월 ICT 수출액은 127억7000만 달러(약 17조원)로 1년 전보다 35.9% 줄었다. 지난해 7월부터 꺾이기 시작한 ICT 수출은 10개월째 감소 중이다. 

부산 남구 신선대부두(사진 아래)와 감만부두(사진 위) 야적장에 컨테이너가 가득 쌓여 있다. 송봉근 기자

부산 남구 신선대부두(사진 아래)와 감만부두(사진 위) 야적장에 컨테이너가 가득 쌓여 있다. 송봉근 기자

반도체ㆍ디스플레이ㆍ휴대폰 등 주력 수출 상품이 몰려있는 ICT 산업은 그동안 한국 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지난해 하반기 들어 ICT 수출 경기가 꺾이면서 국내 산업 전반에도 경고등이 켜졌다. 지난해 같은 달 수출액이 역대 최대(동월 기준)였던 데 따른 기저효과(비교 대상 수치가 지나치게 높거나 낮아 나타나는 통계 착시)도 4월 수출 감소에 한몫했다.

품목별로는 반도체 수출이 1년 전과 견줘 40.5% 급감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반도체 수출은 세계 경기 둔화에 따른 ICT 기기 수요 약화, 메모리 단가 하락 등으로 9개월 연속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디스플레이(-30.5%), 휴대폰(-41.6%), 컴퓨터ㆍ주변기기(-66.7%), 통신장비(-14.7%) 등도 마찬가지다.

지역별로는 중국(홍콩 포함, -39%), 베트남(-26.7%), 미국(-40.1%), 유럽연합(-36.8%), 일본(-25.1%) 등 주요 수출 대상국 실적이 나란히 내려앉았다. ICT 수출에서 중국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11월 42.1%에서 올 4월 40%로 하락했다. 중국의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에도 국내 상품에 대한 수요가 살아나지 않으면서다. 


ICT 수입액도 감소했다. 4월 104억4000만 달러로 전년 대비 14% 줄었다. 감소율은 수출이 더 컸으나, 그나마 수출액이 수입액을 앞지르면서 무역수지는 23억3000만 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전체 무역수지는 4월(-26억 달러)까지 14개월 연속 적자 행진 중이지만 ICT 부문은 소폭이나마 흑자를 이어갔다. 그러나 이마저도 흔들리는 중이다. 3월 39억3000만 달러였던 ICT 무역 흑자는 4월 20억 달러대로 줄었다.

ICT 수출 부진 속에 배터리(건전지ㆍ축전지) 수입은 크게 늘었다. 전기차 열풍을 타고 4월 배터리 수입액은 1년 전에 비해 49.4% 증가한 7억5500만 달러를 기록했다. 1월부터 4월까지 누적 수입액은 33억5300만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증가율은 89.4%에 이른다. 국내 전기차 생산에 필요한 배터리의 수입 의존도가 높은 탓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