伊전복사고 알고보니 '007 보트'…모사드 등 비밀요원 3명 사망

이탈리아 당국이 30일(현지시간) 북부 롬바르디아주 바레세 인근 세스토 칼렌데에 있는 마조레 호수에서 침몰한 관광용 보트 주변에서 작업하고 있다. EPA 연합뉴스

이탈리아 당국이 30일(현지시간) 북부 롬바르디아주 바레세 인근 세스토 칼렌데에 있는 마조레 호수에서 침몰한 관광용 보트 주변에서 작업하고 있다. EPA 연합뉴스

지난 주말 이탈리아에서 발생한 보트 전복 사고 사망자 중 이탈리아와 이스라엘의 전현직 비밀 요원이 포함되 있었다고 BBC 뉴스 등의 외신이 3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지난 28일 오후 7시 20분께 이탈리아 북부의 마조레 호수에서 승객과 승무원 25명을 태운 16m 길이의 관광용 보트가 악천후로 인해 전복되면서 4명이 사망했다. 사고 당시 마조레 호수에는 초속 36m의 강풍이 불었다.

사고 초기만 해도 관광객들이 참변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신원 확인 결과 사망자 4명 중 2명은 이탈리아 정보요원, 1명은 이스라엘 정보기관 모사드 전직 요원으로 드러났다. 나머지 1명은 선장의 러시아인 아내였다. 배에 승선한 전원이 물에 빠졌지만 대부분 승객들이 해변으로 헤엄쳐 오거나 다른 배들에 의해 구조되었다.

일간지 ‘코리에레 델라 세라’와 ‘라스탐파’는 사고 보트 승선원 대부분이 이탈리아와 이스라엘의 정보기관에 속한 비밀 요원들이었다고 전했다.

이번 마조레 호수 관광은 당초 일정에 없었다. 두 국가의 비밀 요원들은 사고가 있기 하루 전인 지난 27일 이탈리아 북부 롬바르디아에서 만나 정보와 문서를 교환했다.


그런데 이스라엘 비밀 요원들이 귀국 비행기를 놓치면서 체류 기간이 연장됐고, 예정에 없던 마조레 호수 관광이 추진됐다.

두 국가의 비밀 요원들은 일행 중 생일을 맞은 한 요원을 위해 선상에서 파티를 벌일 예정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탈리아 당국이 30일(현지시간) 북부 롬바르디아주 바레세 인근 세스토 칼렌데에 있는 마조레 호수에서 침몰한 관광용 보트 주변에서 작업하고 있다.

이탈리아 당국이 30일(현지시간) 북부 롬바르디아주 바레세 인근 세스토 칼렌데에 있는 마조레 호수에서 침몰한 관광용 보트 주변에서 작업하고 있다.

사고 당일 폭풍우 경보가 있었지만, 이들은 이를 무시하고 보트에 올랐다. 최대 승선 인원이 15명이었지만 이마저도 따르지 않았다. 보트에는 총 25명이 탔다.

결국 보트는 출발하자마자 사고를 맞았다. 승선원 전원이 물에 빠졌고, 대다수는 해변까지 헤엄쳐 나오거나 다른 배들에 구조됐다. 5명은 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받고 있다.

로마 주재 이스라엘 영사관은 이탈리아·이스라엘 당국과 협력해 자국의 전직 비밀 요원의 시신을 이스라엘로 송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알프스 자락에 있는 마조레 호수는 이탈리아에서 두 번째로 큰 호수로 알프스산맥이 병풍처럼 호수를 둘러싸고 있어 빼어난 절경을 자랑한다. 이 지역은 최근 이탈리아 기상청이 뇌우 경보를 발령하는 등 악천후를 겪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