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트라 지사화 서비스에 대해 상담을 받는 기업 관계자 모습. 사진 코트라
“글로벌 기업에서 아시아 총괄매니저를 지낸 경험이 있었지만, 중소기업에서 ‘수출 길’을 뚫는 것은 마치 고난의 행군을 하는 것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스마트 센서와 스마트 가로등을 만드는 중소기업 에코란트의 백영호 본부장은 지난해 인도네시아 시장 진출을 타진하던 상황을 떠올리며 “그나마 진행이 되던 프로젝트도 코로나19를 거치며 한순간에 날아갔다. 이때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를 만나게 됐다”고 말했다.
백 본부장은 이어 “KOTRA가 지원하는 정보통신기술(ICT) 컨소시엄에 참
여했더니 우리 회사만을 위해 현지 지방자치단체 30곳, 기업 10군데를 초청해 사업 설명회를 열어줬다”며 “이때부터 수출문이 활짝 열렸다”고 웃으며 말했다. 이 회사는 지난 2월 인도네시아 마디운시와 3200만 달러(약 423억원) 규모의 스마트 가로등 수출 업무협약을 맺었다. 다음 달 최종 계약을 앞두고 있다.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1일 KOTRA에 따르면 ‘지사화 사업’ 서비스를 통해 사업 활로를 찾는 중소기업이 코로나19 이전과 비교해 16% 증가했다. 지사화 사업이란 해외에 지사를 설치할 여력이 없는 중소·중견기업을 대신해 KOTRA 해외 무역관(사무소)에서 지사 역할을 맡아주는 것이다. 국내 수출이 8개월째 감소하면서 ‘빨간불’이 켜진 가운데 수출 전담 인력과 자금이 부족한 중소기업엔 ‘수출 등대’ 역할을 해주는 셈이다.
KOTRA는 2000년부터 전 세계 84개국, 124곳 무역관에서 지사화 사업을 하고 있다. 전담 직원만 507명이다. 기업이 일정 금액을 지급하면 3~12개월간 전담 직원이 배정돼 전시 상담회나 거래선 관리, 유통망 입점, 브랜드 홍보, 지식재산권(IP) 등록 등 현지 업무를 도와준다. 지난해 총 4149개 기업이 지원했으며, 42억2000달러(약 5조5780만원) 수출액을 창출했다.
사업에 참여한 업체들은 현지 맞춤형 정보 제공에 대해 가장 만족도가 높았다. 진공스킨필름을 제작하는 바프렉스는 호주 멜버른 지사화 사업에 가입해 기대 이상의 효과를 봤다. 이 회사 권용호 대표는 “육류 생산이 많은 호주 시장에서 진출 가능성을 타진했다”며 “중국과 무역 분쟁이 격해지면서 현지에서 탈중국 움직임이 있다는 것을 파악했다”고 말했다. 이어 “또 코로나19 이후 간편식 시장이 커지면서 시장이 확대되고 있어 사업 다각화 추진도 가능했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알토란 같은 정보 덕분엔 바프렉스는 지난해 호주에서 70만 달러(약 9억3000만원)어치 수출 성과를 냈다. 올해는 두 배 이상인 180만 달러(약 23억8000만원)를 목표로 하고 있다.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최근엔 마이 오피스와 디지털출동 같은 다양한 서비스도 제공한다. 마이 오피스는 KOTRA 무역관을 현장 사무실처럼 사용할 수 있는 서비스다. 디지털출동은 기업이 직접 가보기 어려운 현장에 KOTRA 직원이 대신 출동을 해주는 것이다.
KOTRA 관계자는 “한국에 있는 기업을 대신해서 KOTRA 직원이 고프로 카메라를 들고 장비시운전이나 제품시연 현장을 생중계해주는 서비스도 제공한다"라며 “이처럼 기업들이 한국에 있으면서도 현지상황에 대응할 수 있도록 맞춤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말했다.
전춘우 KOTRA 중소중견기업본부장은 “글로벌 경기 침체로 중소·중견기업이 수출 환경이 갈수록 어려워지는 상황에서 최신 시장정보와 네트워크, 사업 노하우를 보유하고 최전방 현장에서 발로 직접 뛰는 역할이 중요해지고 있다”라며 “다른 부처와 협력을 늘려 범 정부부처 해외 진출 지원 플랫폼으로서 역할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