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광역시 군(軍)·민간공항 이전 후보지 중 한 곳인 전남 무안군이 지역 내 이전 반대여론을 확산시키려 매년 수억원의 예산을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공항 이전을 찬성하는 주민들은 무안군의 예산 쓰임이 적절한지 공익감사를 청구할 계획이다.
광주 군 공항 이전에 반대하는 전남 무안군 주민과 지방의원들이 지난 3월 광주시청 앞에서 강기정 광주시장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무안군 주민 등은 기자회견에서 “광주 군 공항 이전 부지를 무안으로 이미 정해놓고 함평군민과 영광군민 등 전남도민을 무안군민들을 자극하기 위한 도구로 이용했다”고 주장했다. [연합뉴스]
4일 전남 무안군에 따르면 무안군은 2019년 7월 ‘군공항 이전 저지활동 지원 조례’를 제정했다. 김산 군수가 무안군의회에서 광주 군공항 이전 절대불가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힌 이후다. 군은 이 조례를 근거로 지금까지 28억원의 예산을 편성, 이중 15억원의 예산을 썼다.
예산은 ‘광주전투비행장 무안 이전 반대 범군민대책위원회’ 활동과 반대 현수막·광고물 제작 등에 집행됐다. 군공항 피해지역 현장견학을 위한 차량 임대료와 식비도 지원했다.
광주 전투비행장 무안 이전 반대 범대위와 무안군의회 등은 지난 3월 28일 전남도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군공항 이전' 발언과 관련, 삭발식을 통해 김영록 전남도지사의 사과를 촉구하고 있다. [뉴스1]
와중에 식비 지원은 지역사회에서 공직선거법 위반논란을 불러왔다. 공직선거법이 일체의 기부행위를 금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공선법은 지자체가 자체 사업 계획과 예산으로 대상·방법·범위를 구체적으로 정한 뒤 조례에 근거해 금품을 제공했다면, 직무상 행위로 예외를 인정해주고 있다.
이와 관련 무안군 관계자는 “조례에 근거해 예산을 사용한 만큼 문제가 없다”며 “또 공직선거법에 저촉되는지에 대해서도 충분히 검토했던 사안”이라고 말했다.
지난 4월 전남 무안군 전남도청 1층 로비에서 시민단체 '무안을 사랑하는 열린생각 모임'이 광주 군공항 이전 문제와 관련해 찬성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무안군이 반대여론을 확산시키자 군공항 이전을 찬성하는 무안 주민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주민 50여명으로 구성된 ‘군공항 무안이전 대책위원회’는 1일 기자회견을 열고 “무안군은 반대 여론에만 편승해 (과거) 편향적인 조례를 제정하고 28억원의 막대한 예산을 낭비하고 있다”며 감사원에 공익감사를 청구키로 했다.
찬성 대책위는 또 “광주 군공항 유치에 찬성하는 주민들이 분명히 존재함에도 무안군은 반대 여론에만 편승하고 있다”며 “무안군은 광주 군공항 이전과 관련해 전문가 초청 군민공청회, 찬반토론회 개최 등 군민의 알권리 충족을 위해 정확한 정보 제공에 즉각 나서야 한다”고 요구했다.
무안군은 공익감사 청구 등에 대해서는 “아무런 입장이 없다”고 짧게 답했다.
김영록 전남지사(사진 왼쪽)가 지난달 24일 오전 무안국제공항 여객청사에서 열린 하이에어 국제선(무안~키타큐슈) 운항 취항식 행사에서 김산 무안군수와 악수하며 인사하고 있다. [사진 전남도]
한편 광주 군·민간공항을 한꺼번에 무안국제공항으로 옮기는 방안을 두고 광주가 아닌 전남도-무안군 사이에도 미묘한 신경전이 이어지고 있다. 전남도가 이전을 찬성하면서다. 전남도는 광주 공항을 품은 새 무안공항이 ‘지역발전’ 견인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신경전은 지난달 24일 무안공항에서 열린 국내 소형항공사 하이에어의 일본 기타큐슈(北九州) 전세기 취항 행사에서 일어났다. 이날 참석한 김영록 전남지사는 인사말을 통해 “전남 서남권 발전을 위해 광주 민간공항은 무안공항으로 반드시 이전해야 한다”며 “무안군민과 전남도민은 (공항 통합에 대해) 숙고해달라”고 말했다.
이후 김산 무안군수는 “김 지사의 말에 서운함이 있다”며 광주공항 이전에 대한 반대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무안=황희규 기자 hwang.heegyu@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