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미국의소리(VOA) 방송에 따르면 미국 국무부는 지난해 북한이 사이버상으로 벌어들인 외화 규모를 6억~10억 달러(약 7790억~1조3000억원) 정도로 추산하고 있다. 국무부가 유엔 전문가패널 보고서와 민간 업체들의 보고서를 취합해 인용한 것인데, 북한이 2017년부터 5년간 해킹 등 사이버 공격으로 탈취한 금액만 10억~23억 달러(약 1조3000억~2조99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북한이 정보기술(IT) 노동자 등을 통해 벌어들이는 외화가 지난해에만 10억 달러에 이를 수 있다고 미국 정부는 추산하고 있다. 일러스트 김지윤
다만, 국무부 측은 북한 IT 노동자들이 어느 곳에서 어떤 기업에 취업하는지 등 구체적인 수법에 대해선 공개하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외부와 단절된 북한의 인터넷 환경 등을 고려할 때 상당수 노동자가 중국ㆍ동남아시아 등지에서 활동 중인 것으로 관측했다. IT 업계 특성상 비대면 원격 업무가 가능하기에 신분 세탁이 용이하다는 점도 북한의 노림수로 파악된다.
국무부는 해외정보감시법(FISA) 702조에 따라 미 정부가 수집한 북한의 불법 사이버 활동 정보를 동맹국과 공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사이버 영역의 특성상 민간 전문가들과도 정보를 공유하면서 북한의 사이버 위협 실태 파악에 공조하고 있다고도 밝혔다.
허난성이 우회수출기지 역할
북ㆍ중 무역 자료에 따르면 지난 4월 북한이 허난성으로 보낸 ‘가발ㆍ인조 속눈썹’은 약 30t으로 1122만 달러(약 144억원)어치에 달했다. 이는 북한이 중국 전역에 수출한 해당 물품들의 전체 수출액 2268만 달러(약 295억원)의 절반가량이다.
과거 북한산 가발 등은 대부분 접경 지역인 랴오닝(遼寧)성이나 지린(吉林)성으로 수출됐는데, 지난해 12월부터 허난성으로 수출이 갑자기 늘면서 최대 수입지가 됐다는 것이다. 거래 규모도 랴오닝ㆍ지린성에 비해 2~3배 많은 수준이다.

미국의소리(VOA)는 7일 북한이 중국 허난성을 경유해 미국 등지로 가발을 수출하는 정황을 보도했다. 사진은 지난달 28일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에 실린 평양양말공장의 모습. 뉴스1
가발은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안 상 금수 품목은 아니지만, 한국과 미국 등은 북한의 외화벌이가 무기 개발에 쓰인다는 이유로 가발을 포함한 모든 북한산 물품에 대해 허가 없이 수입ㆍ재판매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특히 미 당국은 무역업체가 북한산 물품을 미국에 수입할 경우 전량 폐기 처분하고 업체에 벌금을 부과하는 등 강력하게 대응하고 있다.
실제로 미 재무부는 캘리포니아의 한 업체가 지난 2012년부터 5년간 중국 업체 두 곳으로부터 수입한 인조 속눈썹에 북한산 재료가 포함된 사실이 드러나자, 2019년 해당 업체에 100만 달러(약 13억원)의 벌금을 부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