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러시아 천연가스를 유럽에 공급하는 노르트 스트림(Nord Stream) 가스관. AFP=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이 폭발은 우크라이나군이 계획하고 실행에 옮겼다. 문건에는 우크라이나 특수부대원 6명이 가짜 신분증을 만들어 보트를 빌린 뒤 잠수정을 이용해 가스관을 파괴할 것이며, 심해 잠수에 필요한 헬륨가스도 준비한다는 등 구체적인 내용이 담겨 있었다고 신문은 전했다. 현재 폭발 사건을 수사 중인 독일 연방범죄수사청(BKA)도 가짜 여권을 가진 숙련된 잠수부 6명이 요트를 빌렸다고 파악한 바 있다.
가스관 폭발 관련자들은 이 계획을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아닌 발레리 잘루즈니 총사령관에게 보고했다고 한다. WP는 "자칫 유럽 국가들에 큰 비난을 받을 수 있는 일이기 때문에 (관련자들이) 젤렌스키를 배제한 것"이라고 전했다. 다만, 이 계획을 처음 구상한 이가 잘루즈니 총사령관인지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로이터=연합뉴스
앞서 지난해 9월 26일 덴마크·스웨덴의 배타적경제수역(EEZ) 해저에서 러시아와 독일을 잇는 노르트 스트림 파이프라인가스관(PNG)이 폭발해, 1호 가스관과 2호 가스관 총 4개 중 3개가 파손됐다. 누군가 고의로 일으킨 일임은 드러났지만 그 주체는 파악되지 않아 갑론을박이 일었다. 미국 정부 당국자들은 러시아가 천연가스를 볼모 삼아 유럽을 압박하기 위해 벌인 파괴 공작이라고 주장한 반면 러시아는 미국과 영국 해군을 의심했다. 우크라이나 측이 배후일 가능성 역시 제기됐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EPA=연합뉴스
WP는 "미국 정부 당국자들은 처음엔 러시아를 비난했지만, 최근엔 공개석상에서 관련 언급을 회피하고 있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유럽 역시 우크라이나와의 연대가 깨질 것을 우려해 공개적으로 책임을 추궁하지 않는 분위기"라고 덧붙였다. 백악관과 CIA, 우크라이나 정부는 WP 측의 질의에 어떤 답도 내놓지 않았다. 러시아는 지난 3월 NYT의 보도가 나온 이후에도 미국이 이 폭발의 뒷배라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