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7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 제다에서 모하메드 빈살만 사우디 왕세자와 회담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6일(현지시간) 사흘 방문 일정으로 도착한 첫날 제다에서 사우디의 실권자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를 만났다. 이 자리에서 테러와의 전쟁을 위한 미ㆍ사우디의 공동 노력과 함께 양국 관계가 인권 진전을 통해 더욱 강화되고 있음을 강조했다고 매슈 밀러 국무부 대변인이 전했다. 블링컨 장관은 7일 미ㆍ걸프협력회의(GCC) 장관급 회의에 참석하고 8일 사우디 외무장관과 양자 회담을 갖는 등 안보 및 경제 분야를 포함한 전략적 협력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미 국무부는 이날 성명을 통해 “미국은 사우디와 80년 넘는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또 ▶안보 ▶지역갈등 ▶경제 ▶신기술ㆍ청정에너지 ▶교육 파트너십 등 5개 분야로 나눠 양국 협력의 진행 상황을 상세히 소개하며 의미를 부여했다.

미국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열린 언론 브리핑에서 발언하고 있는 제이크 설리번 국가안보보좌관. 로이터=연합뉴스
사우디는 미국의 오랜 우방국이었지만 예멘 내전 개입을 둘러싼 갈등과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암살 배후조종 의혹으로 양국 간 골이 깊어졌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020년 대선에서 당선되자마자 사우디를 “왕따 국가로 만들겠다”고 공개적으로 선언했고, 지난해 10월에는 미 중간선거 직전 “늦춰달라”고 요청했음에도 사우디가 하루 석유 생산량을 200만 배럴 감축한다고 발표해 미국이 체면을 구긴 바 있다.

지난해 12월 사우디아라비아를 찾은 시진핑(왼쪽) 중국 국가주석과 무함마드 빈살만 사우디 왕세자. AFP=연합뉴스
블링컨 장관은 이번 방문을 통해 사우디와 이스라엘의 관계 정상화에 힘쓸 계획이다. 중동 내 중국 영향력 확산을 차단하기 위해선 이 지역 내 미국의 최대 동맹국인 이스라엘과 사우디 간 협력이 필요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블링컨 장관은 사우디 방문 전 “미국은 이스라엘과 사우디 사이의 관계 정상화를 촉진하는 데 진정한 국가 안보 이익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한편 블링컨 장관이 앞으로 수주 내 중국을 방문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CNN 방송과 블룸버그통신 등 미 현지 언론이 보도했다. 블룸버그는 익명의 관계자를 인용해 블링컨의 방중 시기가 아직 유동적이라고 전제하면서 “블링컨 장관이 면담할 고위 관리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포함될 수 있다”고 전했다. 베단트 파텔 국무부 수석부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블링컨 장관의 방중 계획에 대한 질문에 “발표할 일정이 없다”면서도 “(지난 2월 정찰풍선 격추 사건 이후) 연기된 블링컨 장관의 중국 방문은 여건이 허락하면 이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