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케빈 매카시 미 하원의장. EPA=연합뉴스
미국 정부는 지난해 2월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한 이후, 필요할 때마다 '추가 지원 패키지'를 마련해 의회의 승인을 받는 절차를 거쳐 우크라이나를 지원해왔다. 그러나 하원의 수장인 매카시의 이런 입장 표명으로 미 정부의 '추가 지원금 요청'은 전보다 힘들어질 것으로 보인다. 매카시 의장은 "만약 우크라이나에 추가 지원을 해야 한다면 미국의 다른 국방예산이 줄어들 수 있다"며, 정 필요할 경우 국방비 내 다른 지출을 줄이라는 뜻을 내비쳤다. 한마디로 있는 돈 안에서 해결하란 뜻이다.
매카시는 CNN과의 인터뷰에서도 "8860억 달러에 낭비가 없다고 생각하느냐"고 반문하며 "국방부는 효율적으로 예산을 써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왼쪽)이 최근 일본 히로시마에서 열린 G7(주요 7개국) 정상회의 기간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만났다. AFP=연합뉴스
공화당 중진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은 이날 펀치볼뉴스에 "(매카시 의장은) 국가 안보를 두고 위험한 게임을 하고 있다"면서 "부채한도 합의는 우리가 직면한 위협에 대응하기에 부족하다"고 밝혔다. 수전 콜린스 상원의원도 WP에 "중국 등에서 비롯되는 안보 위협 때문에라도 국방비는 더 필요한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부채한도 합의안 통과 전에도, 공화당의 미치 매코널 상원 원내대표와 민주당의 척 슈머 원내대표가 "부채한도 합의는 비상예산 책정을 제한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공동성명을 발표했었다. "중국·러시아나 다른 적을 억제"해야 하는 경우, 추가로 예산을 요청할 수 있단 뜻이었다.
그런데도 매카시 의장이 자신의 주장을 밀어붙인다면 미국의 우크라이나 지원에는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보인다. 앞서 미 정치매체 폴리티코는 "미국의 우크라이나 지원 금액이 바닥을 보이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존 커비 미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6일 브리핑에서 "미 정부는 우크라이나를 지원할 충분한 자금을 가지고 있다"면서도 "추가 지원금 확보가 필요하다면 적절한 시기에 의회에 요청할 것"이라고 짧게 밝혔다.
매카시 하원의장은 그간 여러 차례 우크라이나 지원에 대한 부정적인 입장을 보여왔다. "우크라이나에 무분별한 지원을 하지 않겠다"고 공공연히 밝혀온 한편, 지난 3월에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방문 요청을 거절하며 "백지수표 지원을 위해 갈 필요는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