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어진 '마을해설사' 사카시타 사나에. 그는 올해로 3년째 문화해설사로 활약하고 있다. 김윤호 기자
방어진 '영업부장' 사카시타 사나에씨
주인공은 일본 가가와(香川)현 출신인 사카시타 사나에(坂下苗·49)다. 그는 2020년부터 울산 동구 방어진 마을 해설사로 활동 중이다. 일주일에 두어 차례 노란색 마을 해설사 명찰을 달고, 방어진 박물관으로 나간다. 사카시타는 "지자체에서 활동비 정도 받는 일이어서, 정규직 그런 개념은 아니다"며 "그래도 직업으로 생각하고, 그간 방어진을 찾은 2000여명에게 마을 역사적 배경과 문화 등을 즐겁게 소개한 것 같다"고 말했다.

방어진 '마을해설사' 사카시타 사나에가 과거 마을 전당포 흔적이 보이는 한 건물 앞에서 설명을 하고 있다. 김윤호 기자
"국내외에서 찾는 '글로벌'한 어촌마을로 방어진을 새롭게 꾸민다고 했어요. 그때 방어진과 일본 제 고향의 연결고리를 알게 됐어요." 때마침 다문화센터에서도 사카시타에게 일본인 방문객이 올 수 있으니, 마을 해설사로 참여해달라고 부탁했다. 이렇게 그는 방어진 이야기를 2년여간 공부했다.

울산 동구 방어진 과거 모습을 담은 사진. 어선 모양에서 왜선 느낌이 강하다. 사진은 방어진 박물관에 전시중인 해당 사진을 직접 촬영한 것이다. 김윤호 기자
"일제 강점기 방어진 역사·문화 흔적은 지금도 찾을 수 있어요. 전당포 모습이 남아있고, 목욕탕과 방파제·적산가옥. 그리고 마을 전체 분위기가 과거 고향 어촌마을 느낌도 많이 나요."
그는 "일제 떼 한국인들이 슬픈 일을 당했다"면서 "힘든 역사적 사실을 받아들이면서 예전 방어진 이야기를 재미있게 문화적으로 소개하고 있다"고 했다.
사카시타는 곤란함을 겪을 때도 있다고 했다. "한국을 약탈한 일본인이 왜 마을 설명을 하느냐" "일본인들이 예전에 방어진 고기 다 수탈해가지 않았는가"라는 말을 듣기도 해서다. "슬픈 역사가 만든 현실인 걸 알아요. 전 그렇게 웃으며 넘겨요. 그러고 다시 재밌는 방어진 이야기를 계속해요."
"일본인 관광객 방어진 찾지 않아 아쉬워"

울산 동구 방어진 한 목욕탕 굴뚝. 일제 강점기 전후와 크게 모습과 크게 달라진게 없다고 동네 주민들은 전했다. 김윤호 기자
중학생과 초등학생인 딸 두 명을 울산에서 키우는 사카시타는 아이 미래를 위한 작은 꿈이 있다고 했다. 그는 "한때 '노 저팬' 분위기로 힘든 적이 있어요. 내 작은 활동이 보탬이 돼 아이들이 어른 된 세상에선 한일 감정의 깊은 골이 사라졌으면 합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