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아라비아를 방문 중인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7일(현지시간) 사우디 수도 리야드에서 열린 미ㆍ걸프협력회의(GCC) 장관급 회의에 참석해 중동에 대한 미국의 관여 의지를 피력했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왼쪽에서 두 번째)이 7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 수도 리야드의 걸프협력회의(GCC) 사무국에서 GCC 장관들과 만나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AP=연합뉴스
이 같은 블링컨 장관의 발언은 최근 들어 중동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는 중국을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사우디ㆍ아랍에미리트ㆍ카타르ㆍ쿠웨이트ㆍ바레인ㆍ오만 등으로 구성된 GCC가 안보를 이유로 오랫동안 미국과 밀착해왔듯이 앞으로도 미국의 무기 판매 등 군사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을 강조한 셈이다.
블링컨 장관은 또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에 드론(무인기) 등 군수 물자를 제공하고 있는 이란에 대한 견제구도 날렸다. 그는 “우리는 핵 개발을 확대하고 최근 국제 공해상에서 유조선 나포 등 불안정한 행동을 하는 이란에 대해 계속 대응하고 있다”며 “중동 전역과 전 세계의 테러리즘과 싸우고 있다”고 말했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7일(현지시간)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와 제다에서 만나고 있다. AFP=연합뉴스
블링컨 장관은 이번 방문에서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언론인 암살 등 인권 문제로 껄끄러웠던 사우디와의 관계 개선에도 공들였다. 지난달 사우디를 찾았던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실세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와 만난 데 이어, 블링컨 장관도 7일 그와 회동했다. 이와 관련, 미 정부 관계자는 “두 사람이 지역 및 양자 문제들을 폭넓게 다루면서, 허심탄회하고 솔직히 논의했다”며 “블링컨 장관은 사우디의 인권 문제를 일반적이면서도 구체적으로 제기했다”고 AFP 통신에 말했다.
바이든, 연쇄 회담 일정 돌입
바이든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나토 회원국들의 방위비 증액 문제도 거론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14년 나토정상회의에서 나토 회원국들은 2024년까지 국내총생산(GDP)의 2% 수준으로 방위비를 올리기로 약속했으나, 독일 등 일부 국가를 제외하고는 이를 지키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미국은 이번 정상회의를 통해 2025년 이후 국방비 가이드라인을 GDP의 2.5% 수준까지 올리길 바라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은 오는 12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회담을 갖는다. 사진은 지난해 6월 29일 스페인 마드리드 이페마 회의 센터에서 열린 나토 정상회의 2차 본회의 시작 전 두 사람이 대화를 나누는 모습. AFP=연합뉴스
바이든 대통령은 오는 22일에는 미국을 국빈 방문하는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와 백악관에서 회담을 갖는다. 남중국해 등지에서 미ㆍ중 간 군사적 긴장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인도와 안보 협력, 각종 원자재ㆍ의약품 등의 공급망 강화가 논의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