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는 9일 수원 케이티위즈파크에서 열린 키움 히어로즈와의 홈경기에서 10회말 1사 1, 3루에서 터진 장성우의 끝내기 희생플라이를 앞세워 3-2로 이겼다. 이날 승리로 최근 6연승 신바람을 달렸다. 올 시즌 최다 행진이자 지난해 6월 30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전부터 7월 8일 수원 롯데 자이언츠전까지의 6연승 이후 모처럼 맞이한 6경기 내리 승리다.
끝내기의 주인공은 장성우였지만, 빼놓을 수 없는 수훈선수가 있었다. 정준영이다. 이날 9회 수비를 앞두고 우익수로 교체투입된 정준영은 그라운드를 밟자마자 진가를 뽐냈다. 먼저 2-2로 맞선 9회 1사 1, 3루. 이정후의 우전안타를 빠르게 낚아 홈으로 뿌렸다. 2루에서 내달리던 주자는 발 빠른 임병욱이었지만, 정준영의 송구가 빠르게 홈까지 도착했고 포수 장성우가 태그아웃을 만들어냈다. 외야에서 이를 지켜보던 정준영은 주먹을 불끈 쥐며 포효했다.
리드를 내줄 위기를 막아낸 KT는 곧바로 이어진 10회 경기의 마침표를 찍었다. 이번에도 정준영의 몫이 컸다. 1사 후 유격수 방면 내야안타로 출루한 뒤 황재균의 좌전안타 때 3루까지 향했다. 이어 장성우의 좌익수 희생플라이로 끝내기 득점을 올렸다.
경기 후 만난 정준영은 “수비에서 나온 보살 이후 자신감이 생겼다. 그러면서 공격에서도 좋은 결과가 나왔다고 생각한다. 고등학교 시절에도 제일 자신 있는 부분이 보살이었다”고 환하게 웃었다. 이어 “사실 처음에는 내야수에게 공을 빨리 주려고 했다. 그런데 송구가 강하게 이뤄지면서 홈에서 보살이 나왔다”고 이날 호수비의 비밀을 함께 밝혔다.
도신초와 강남중을 나온 정준영은 장충고에서 주전 중견수로 활약하며 두각을 나타냈다. 체구(신장 1m73㎝·체중 73㎏)는 크지 않지만, 타고난 방망이와 폭 넓은 수비를 앞세워 유망주로 자리매김했다. 또, 지난해 미국에서 열린 18세 이하(U-18) 세계청소년야구선수권에선 당당히 태극마크도 달고 뛰었다.
재미난 일화도 소개했다. 이날 경기를 앞두고 정준영의 청소년대표팀 동기인 키움 포수 김동헌은 9월 열리는 항저우아시안게임 국가대표로 발탁됐다. 올 시즌 루키 중 유일하게 태극마크를 달았다.
정준영은 “부럽기도 하고 축하하는 마음도 있다”면서 “오늘 타석에서 (김)동헌이가 장난을 치더라. 초구 슬라이더를 참으니까 ‘장충고 정준영 무섭다’면서 집중력을 흐트러뜨리더라. 아무래도 그런 점이 있어서 국가대표로 뽑힌 것 같다”고 웃었다.
끝으로 올 시즌 목표를 묻자 정준영은 “안타 20개”라고 답했다. 너무나 소박한 대답이 나와 취재진이 되물을 정도. 그러자 정준영은 “지금 안타가 7개다”면서 “그럼 30개로 늘리겠다”고 멋쩍은 미소를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