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바그너용병 우크라전 손 떼나...“국방부와 계약 안할 것”

러시아 용병 기업 바그너그룹의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러시아 국방부와 계약을 체결하지 않겠다고 전격 선언했다. 이는 바그너 용병이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손을 떼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바그너 용병은 러시아의 주력 병력으로 알려져 그의 말처럼 될 경우 전세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예브게니 프리고진. 로이터=연합뉴스

예브게니 프리고진. 로이터=연합뉴스

11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프리고진은 "바그너그룹은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과 어떤 계약도 체결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구에선 바그너 용병이 우크라이나 주둔 러시아군의 약 10%를 차지한다고 보고 있다. 더욱이 러시아군이 고전하는 가운데 바그너 용병은 동부 전선에서 일부 전과를 올렸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이런 배경 속에서 프리고진은 러시아군 수뇌부의 무능함을 공개 비판해왔다. 군 수뇌부와의 갈등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며 우크라이나 전장에서의 철수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했다. 지난달엔 우크라이나군이 강력한 군대라고 인정하면서 러시아군의 손실이 계속 증가할 경우 1917년 러시아 혁명과 같은 체제 전복이 일어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정치적 입지를 넓히는 프리고진을 러시아 고위 관료들이 견제한다는 외신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극에 달한 바그너 용병과 러시아 정규군의 갈등 상황을 보여주는 사례들도 잇따랐다. 바그너그룹은 지난 4일 텔레그램 채널에 러시아의 한 군인을 신문하는 영상을 공개했다. 영상 속 장교는 자신을 제72기동소총여단 소속 중령이라고 밝히면서 "바그너에 대한 개인적 적대감 때문에 술에 취해 바그너 차량에 발포했다"고 말했다. 또 바그너그룹이 러시아 정규군을 납치, 고문하고 무기를 갈취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프리고진이 이날 러시아 국방부와 더는 계약이 없다고 밝힌 건 우크라이나의 반격 작전이 본격화하는 상황에서 정규군과의 갈등 관계가 이미 개선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른 상황을 드러낸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쇼이구 국방장관이 바그너그룹을 포함한 비정규군 조직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려고 하자 프리고진이 격하게 반발한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쇼이구 장관은 전날 자발적으로 우크라이나 전쟁에 참여한 비정규군이 이달 말까지 국방부와 계약을 체결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지시를 두고 러시아 일각에선 바그너그룹을 통제하려는 의도가 담긴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고 외신은 전했다.  

다만 프리고진은 앞서 철수하겠다고 엄포를 놓고도 실행엔 옮기지 않아 이번 선언 역시 엄포용일 가능성을 배제하긴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