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돌아간다"던 조국…서울대 파면에 '총선 출마설' 퍼진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경남 양산시 하북면 평산마을을 찾아 문재인 전 대통령과 만났다. 조 전 장관은 지난 10일 밤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이날 낮에 문 전 대통령과 만난 사실을 공개했다. 조국 전 장관 페이스북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경남 양산시 하북면 평산마을을 찾아 문재인 전 대통령과 만났다. 조 전 장관은 지난 10일 밤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이날 낮에 문 전 대통령과 만난 사실을 공개했다. 조국 전 장관 페이스북

 
문재인 청와대 출신의 민형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3일 라디오에서 조 전 장관과 당일 통화한 사실을 밝혔다. 민 의원에 따르면 조 전 장관은 자신의 총선 출마와 관련해 “아주 많은 분들이 주변에서 출마를 해야 한다고 권유를 강력하게 하고 있다. 그런데 지금 여러 상황이 복잡하고, 그런 판단을 할 시점이 아니라고 본다. 그래서 고민하고 있다. 그렇지만 연말까지는 어떤 입장도 내놓지 않을 거다”고 말했다고 한다. 민 의원은 “‘출마할 수도 있겠는데’라는 느낌이 좀 들었다”고 덧붙였다.

조 전 장관은 지난 10일 양산에서 문재인 전 대통령을 만난 사실을 전하며 페이스북에 “문재인 정부의 모든 것이 부정되고 폄훼되는 역진(逆進)과 퇴행의 시간 속에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 고민하고 있다”며 “지도도 나침반도 없는 ‘길 없는 길’을 걸어가겠다”고 썼다. 당장 내년 총선 출마설이 불거졌다. 

조 전 장관과 청와대에서 함께 근무한 민주당 의원은 “지금 재판이 불리하게 진행되고 있고 교수직에서 파면까지 된 상황에서 본인이 명예 회복할 수 있는 상황은 출마뿐이라고 본다”고 전망했다. 조 전 장관은 2017년 5월 문재인 정부의 청와대 민정수석으로 재직하면서 이미 여러 차례 선거 출마를 권유받았다. 하지만 “학교로 돌아가야 한다”며 거부했다고 한다. 2018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처음엔 부산시장 출마를 요청받았다. 당시 조 전 장관을 직접 만나 시장 출마를 권유했던 민주당 한 의원은 “출마에 대한 거부 의사가 완강했다”며 “민정수석까지만 마치고 학교로 돌아가겠다는 뜻이 강했다”고 떠올렸다. 

2020년 총선을 앞두고 청와대 출신의 출마 러시가 이어지자 조 전 장관에게도 다시 한번 “정치 한번 해보라”는 권유가 이어졌다. 이들은 “대통령이 원하는 게 부산·경남 지역의 주류 교체 아니겠냐”며 부산 지역 출마를 설득했지만, 당시에도 조 전 장관은 “정치는 안 한다. 학교로 돌아가겠다”며 거절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후 조 전 장관이 법무부 장관에서 35일 만에 낙마하면서 당시 민주당 안팎에선 “장관으로 가지 말고 총선에 나갔어야 했다”는 아쉬움도 흘러나왔다고 한다.




13일 오후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페이스북에 올라온 서울대학교의 파면 결정에 대한 입장문. 페이스북 캡처

13일 오후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페이스북에 올라온 서울대학교의 파면 결정에 대한 입장문. 페이스북 캡처

 
조 전 장관이 복귀를 희망했던 서울대는 13일 그의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직 파면 결정을 내렸다. 조 전 장관이 징계위가 열리기 사흘 전 페이스북에서 ‘길 없는 길’이란 표현을 사용한 것을 두고 본인의 파면 결정을 직감하고 내년 총선 출마 가능성을 내비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조 전 장관의 출마에 대해 민주당 의원의 의견은 엇갈린다. 윤영찬 의원은 14일 라디오에서 “민주당에 지금 필요한 부분은 미래를 향해서 당을 바꿔나가는 것인데 다시 과거로 돌아가는 것은 썩 바람직하지 않은 것 같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반면 청와대 대변인 출신인 김의겸 의원은 전날 라디오에서 “길은 열려 있다고 생각한다”며 “몇 가지 전제조건들은 있다. 제일 큰 전제조건은 민주당과 무관하게 독자적으로 나간다고 하는 게 모든 사람의 공통된 의견”이라고 말했다. 조 전 장관의 총선 출마에 긍정적 입장인 한 민주당 의원도 “현실적으로 민주당 소속 출마가 어렵다는 건 본인이 가장 잘 알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