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어려운 수능 논란에 "교육당국과 사교육산업이 한패란 말인가"

윤석열 대통령이 “공교육 교과과정에서 다루지 않는 분야의 문제는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출제에서 배제해야 한다”고 지시했다. 교육개혁 방향에 대해서는 “정부와 기업, 교육기관이 삼위일체가 돼 혁신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15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으로부터 교육개혁 보고를 받은 뒤 이 같이 말했다고 김은혜 홍보수석이 전했다. 교육부는 윤석열 정부의 교육개혁 과제로  ▶국가책임 교육·돌봄 ▶디지털 교육혁신 ▶대학 개혁 등 3대 정책을 중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킬러문항 줄어들 것” “물수능 속단은 금물” 의견분분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14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국가유공자 및 보훈가족 초청 오찬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뉴스1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14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국가유공자 및 보훈가족 초청 오찬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뉴스1

 
윤 대통령은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사교육비 경감을 위해 수능이 개선돼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지난 3월 교육부와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초·중·고 사교육비는 전년 대비 10.8% 늘어난 26조원을 기록했다. 2007년 조사 시작 이래 사상 최고치였던 전년도 기록을 한 해 만에 갈아치웠다.

이 부총리는 “과도한 배경지식을 요구하거나 대학 전공 수준의 비문학 문항 등 공교육 교과과정에서 다루지 않는 부분의 문제를 수능에서 출제하면 이런 것은 무조건 사교육에 의존하라는 것 아닌가. 교육당국과 사교육 산업이 한 편(카르텔)이란 말인가”라는 윤 대통령 지시 사항을 전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수능에 대한 지시는 원론적이지만 잘 지켜지지 않는 것에 대한 문제 제기 차원의 말씀”이라며 “이것이 사교육 대책의 출발점이자 기본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설명했다.

수능 출제 기관인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매년 “고교 교육과정 내에서 출제한다”는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몇 년 간은 ‘어려운 수능’ 기조가 계속됐다. 특히 과목별로 한두개씩 출제되는 고난도의 ‘킬러 문항’은 학교 수업만으로 풀 수 없다는 지적이 많았다. 교육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지난해 수능 수학 과목에서 46개 중 8개 문항이 고교 교육과정의 수준과 범위를 벗어나 출제됐다고 분석했다.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15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윤석열 대통령에게 보고한 교육개혁 추진 방안과 관련한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스1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15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윤석열 대통령에게 보고한 교육개혁 추진 방안과 관련한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스1

윤 대통령 발언에 대해 입시업계는 올해 수능이 다소 쉬워질 수 있다는 해석을 내놨다. 변별력을 결정하는 킬러 문항이 줄어들 것이라는 관측이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국어 과목에서는 인문사회, 경제, 과학기술 서적에서 인용됐던 고난도 문항들이 교과서나 EBS 교재 지문으로 대체될 수 있다. 수학 역시 기존 수능 기출유형이나 교과서에 수록된 문제를 벗어난 신유형의 문제는 배제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만기 유웨이 부사장은 “수능이 쉬워지면 학생들이 수시모집 최저 등급을 충족하는 학생들이 많아지며 실질 경쟁률이 높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당장 쉬운 수능을 예상할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구본창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정책대안연구소장은 “평가원이 쉽게 낼 수 없어서 안 낸 게 아니다. 당장 올해 물수능이 될 것으로 이해해서는 안 된다”라며 “대통령이 말하는 것처럼 되려면 현재 수능의 문제풀이 방식, 시험 범위 등 당장 많은 것이 바뀌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칸막이 고집하는 건 공급자 관점, 대학도 변해야”  

윤 대통령은 이날 대학 개혁 과제로 학과, 전공 간 벽 허물기를 주문했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벽 허물기는 글로벌 트렌드이자 산업계 추세”라며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에서 기존 전공이나 지식의 칸막이를 고집하는 것은 너무 공급자적 관점”이라고 말했다. 이어 “서울대나 '글로컬대학30' 사업에 참여하려는 지방 대학들도 벽 허물기에 공감하고 앞장서고 있다”고 했다. 교육부는 지방대 살리기 일환으로 5년 간 30여개 대학에 3조원을 투입하는 글로컬대학30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유보 통합에 대한 당부도 있었다. 이 부총리는 “대통령은 어르신 돌봄은 복지 차원에서, 아동 돌봄은 교육 차원에서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며 “이를 위해 아동 돌봄 업무 관리체계를 교육부로 일원화 하고 복지부와 협력해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유보 통합을 완성하라고 지시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