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다’ 이재명 맞선 ‘와인 정치’ 김기현…“시스템 공천할 것”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취임 100일을 맞은 15일 기자회견에서 “총선에서 시스템 공천과 외연 확장을 통해 과반 의석을 달성하겠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내년 4월 10일 총선을 300일 앞둔 이날 국회에서 진행한 회견에서 “당헌·당규에 의한 시스템 공천을 철저히 지키고 공천 과정에 사심 개입이 배제되도록 꼼꼼하게 챙길 것”이라며 “능력 중심의 민심 공천이 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총선 때 검사 출신이 대거 공천받을 것’이란 관측에 대해선 “그야말로 근거 없는 기우에 불과하다”며 “검사 공천, 검사 왕국이 될 것이라는 얘기는 터무니없는 억측일 뿐이며 그런 일은 절대 일어나지 않는다”고 일축했다. 최근 김 대표는 주변에도 “검사든 누구든 하물며 대구·경북에서도 공천한다고 무조건 찍어주는 시대가 아니다”라며 “승리할 수 있는 후보를 내는 게 가장 중요한 공천 기준”이라고 말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15일 국회에서 열린 당 대표 취임 100일 비전 발표 및 기자회견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김현동 기자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15일 국회에서 열린 당 대표 취임 100일 비전 발표 및 기자회견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김현동 기자

 
3·8 전당대회에서 친윤계의 지지를 발판으로 당선된 김 대표는 당선 직후 불거진 최고위원의 잇따른 설화로 곤욕을 치렀다. 하지만 지난해 7월 이준석 전 대표에 대한 중징계 이후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를 거치는 등 리더십 혼란을 겪던 국민의힘을 안정화시켰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 대표도 이날 회견에서 “취임 후 당의 안정적 운영은 저의 가장 시급한 과제였다”며 “최고위원 궐위 및 사고 상황에서도 혼란을 최소화해 흔들림 없는 당의 안정을 도모했다”고 자평했다.

그런 뒤 “이제 앞으로의 시간은 외연 확장에 더 많은 힘을 기울여 나가는 시기가 될 것”이라며 “그간 지지받지 못했던 세대, 지역에서도 우리의 진정성이 전달되도록 더욱 매진하겠다”고 했다. 이재명 대표가 검찰 수사를 받고 있고, 전당대회 돈 봉투 의혹 등으로 혼란이 가중되고 있는 더불어민주당을 언급하면서는 “국민의힘은 도덕성을 확실하게 세우겠다”며 “불체포특권 같은 구시대적 특권의 포기를 말로만 하는 민주당과는 달리 우리 당은 실천하겠다”고 했다. 김 대표는 민주당이 당헌·당규를 고쳐 1심 재판에서 유죄를 받아도 공천을 받을 수 있게 된 걸 언급하며 “이재명 대표와 민주당 많은 의원이 지금 재판을 받고 있기 때문에 그럴 것”이라며 “국민의힘은 당헌·당규에 하급심이라도 집행유예 이상 유죄를 받으면 공천에서 원천 배제한다. 이런 윤리 규정을 더욱 강화하겠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서 제기되는 ‘친윤계 험지출마론’에 대해선 “총선 승리를 위해서 우리가 해야 할 과제는 그때 그때 맞춰서 가장 유효 적절한 시기에 국민께 알려드리도록 하겠다”며 “그 과정에서 선당후사가 가장 중요한 가치라는 사실을 잊지 않을 것”이라고만 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3월 8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제3차 전당대회에서 대표로 당선된 뒤 당기를 흔들고 있다. 연합뉴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3월 8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제3차 전당대회에서 대표로 당선된 뒤 당기를 흔들고 있다. 연합뉴스

 
김 대표 체제 출범 이후 국민의힘은 “안정됐다”는 평가와 동시에 “정체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런 평가는 온갖 구설이 끊이지 않는 민주당과 비교해 지지율이 높지 않은 상황으로 이어지고 있다. 김 대표는 이에 대해 “진영 정치로 양극화되고 있어 여론조사 결과로 나온 것 아닌가 한다”며 “도덕성을 확립해야 하고, 그것이 중도층과 마음을 정하지 못한 무당층에게 우리 당이 접근할 수 있는 길”이라고 했다.

당정 관계가 대통령실 우위로 흘러 종속됐다는 지적에 대해선 “대표가 된 뒤 단 한번도 당과 정부 사이나 당과 대통령 사이에 엇박자가 난 적 없다”며 “종속된다는 표현은 전혀 동의할 수 없고, 매우 건강한 화합과 하모니를 이루고 있다”고 강조했다.

최근 여야 대표 회동을 놓고 마찰을 빚고 있는 이재명 대표와 관련해선 “추경만을 위한 회담이라는 건 우습다. 지금은 추경이 문제가 아니고 민생이 문제”라며 “민생 전반, 국회 운영 전반, 정치개혁 전반에 대해 우리가 해야 될 숙제에 대해 터 놓고 흉금 없이 얘기를 나눌 수 있는 자리가 된다면 언제든 즉각적으로 회담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저는 보여주기식 일회용 쇼가 아니라, 진정성을 가진 정치를 하겠다”며 “‘사이다 정치’를 추구하지 않고 은근하고 끈기 있게, 차근차근 숙성시키면서 좋은 맛과 향을 내는 ‘와인 정치’를 추구하겠다”고도 언급했다. 이 대표가 직설적 발언으로 ‘사이다’라는 별명이 붙은 것과 달리 신중하고 성숙한 정치로 맞대응하겠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