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그레테 베스타게르 EU 경쟁정책 담당 집행위원이 14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 위치한 EU 본부에서 구글의 반독점법 위반 혐의에 대한 심사 보고서에 관한 발표를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구글의 핵심 캐시카우(수익 창출원)인 디지털 광고 사업이 흔들리고 있다. 미국에 이어 유럽연합(EU)까지 구글의 광고 기술이 디지털 광고 시장 독점에 쓰이고 있다며 광고 사업부 중 일부를 매각하라고 요구했다.
EU 집행위원회는 14일(현지시간) 구글의 반독점법 위반 혐의에 대한 심사보고서를 발간하면서 “구글이 디지털 광고 시장의 경쟁을 왜곡시킴으로써 EU의 반독점법을 위반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구글이 일부 (광고 부문) 서비스를 의무적으로 매각해야 독점 우려를 해소할 수 있을 것”라고 덧붙였다. 심사보고서는 EU 집행위가 2021년 6월부터 구글을 상대로 한 조사의 결론을 내리기 전 내놓은 중간 발표의 일종이다.
EU 집행위는 구글이 디지털 광고를 직접 공급하고 구매하면서, 광고를 중개하는 사업까지 다 하고 있어 독점이 발생했다고 판단했다. 구글은 온라인 광고 구매자와 판매자를 중개하는 플랫폼 ‘에드 익스체인지(AdX)’를 보유했고, 광고를 중개 플랫폼에 올리는 업체 ‘DV360’, 시장에 나온 광고를 웹사이트에 게시하는 플랫폼 ‘DFP(DoubleClick for Publishers)’도 운영한다. 이 구조 속에서 구글은 2014년부터 DFP에 등록된 광고 경매 입찰가격을 AdX에 미리 알려주거나, AdX에만 구글의 광고를 판매해 일감을 몰아주는 등 불법 행위를 해왔다는 게 EU의 판단이다.
이날 EU 집행위는 구글의 광고시장 독점 문제로 미국 법무부와 “긴밀한 협의를 했다”고 언급했다. 미 법무부는 지난 1월 EU와 같은 이유로 구글을 상대로 반독점법 위반 소송을 제기하며, 구글이 광고 기술 사업부 일부를 매각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마르그레테 베스타게르 EU 경쟁정책 담당 집행위원은 “EU와 미 법무부는 시장 경쟁에 무엇이 도움되고, 궁극적으로 반독점법 위반에 어떤 조치가 가장 효과적인지에 대해서 시각을 함께하고 있다”고 말했다.
EU 집행위와 미 법무부의 요구대로 구글이 광고사업 일부를 매각해야 할 경우, 구글 매출과 수익에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지난 1분기 알파벳(구글의 모회사) 매출 698억 달러(약 89조4000억원) 중 78%가 광고부문 매출(545억 달러, 약 69조8000억원)이었다. 이 중 13.7%(75억 달러·약 9조6000억원)가 EU의 규제 범위에 포함된 디지털 광고 중개(구글 네트워크) 사업이다.
매출 규모만 놓고 보면, 광고 중개 사업은 구글 검색 등 자체 광고상품 매출(404억 달러·74%)에 비해 비중이 작은 편이다. 그러나 광고 중개를 통해 구글은 각종 소비자 데이터에 접근해왔다. 강제 분할 매각시, 이 데이터 창고가 사라지는 것. IT 전문지 디인포메이션은 이날 “구글이 인터넷에서 광고를 판매해서 얻는 다른 시장에 관한 정보 등 무형의 이익은 자사 광고 판매에도 도움이 됐을 가능성이 높다”며 “광고 중개 사업 부문의 일부가 매각될 경우, 자체 광고판매 사업에 얼만큼의 악영향을 미칠지는 불확실하다”고 분석했다.
한편, 사업부 매각 요구와 별개로 구글이 ‘벌금 폭탄’을 떠안을 가능성도 있다. 이날 EU 집행위는 구글이 반독점법을 위반했다고 최종 결론이 나면, 연간 글로벌 매출의 10%까지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다고 밝혔다. 예컨대 지난해 알파벳의 연간 매출(2828억 달러)을 기준으로 하면, 벌금의 규모는 282억8000만 달러(약 36조2000억원)로 추산된다. 지난달 EU가 메타(Meta)에 개인정보보호법(GDPR) 위반으로 부과한 과징금 12억 유로(약 13억 달러)의 20배가 넘는 규모다.
구글 독점 여부 둘러싼 EU 집행위 최종 판단까지 1년 넘게 시간 걸린다는 게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의 전망이다. 이런 와중에 구글은 지난 1월 미 법무부가 제기한 소송과, 향후 영국이 발표할 구글의 광고 시장 독점 관련 조사에도 대응해야 한다. 설상가상 향후 글로벌 광고 시장에서 구글의 반독점법 위반 규제 움직임이 더욱 커질 가능성이 있다. 최경진 가천대 법학과 교수는 “유럽 입장에서는 해외 빅 테크가 디지털 광고 등의 방식으로 손쉽게 돈을 벌어가는 것이 뼈아플 것”이라며 “최근 유럽이 제정한 GDPR이나 DSA(디지털 서비스법) 등의 플랫폼 규제도 결국 디지털 광고 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만큼, 앞으로도 비슷한 규제는 이어질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이날 EU 집행위 발표 이후 댄 테일러 구글 글로벌 광고부문 부사장은 “(EU 집행위의 결론이) 새로운 것이 아니고, 구글 광고사업의 협소한 부분에만 주목했다”며 “EU 집행위의 결론에 동의하지 않고, 상황에 맞춰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윤상언·민경원 기자 youn.sangu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