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 과정에선 ‘개별 노조원 손해배상 책임’을 어디까지로 볼 것이냐가 화두였다. 이날 대법원은 기존 법리와 다른 해석을 제시해 논란이 일었다. “(파업 가담) 개별 조합원 등에 대한 책임제한의 정도는 노동조합에서의 지위와 역할, 쟁의행위 참여 경위 및 정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해야 한다”는 이례적 손해배상 책임 계산식을 내놨기 때문이었다.
대법원은 “노조가 쟁의행위에 따른 책임의 원칙적인 귀속 주체다. 방침이 정해진 이상 (개별 조합원이) 쟁의행위의 정당성에 의심이 간다고 하여도 노조의 지시에 불응하기를 기대하기는 사실상 어렵다”며 “위법한 쟁의행위를 결정·주도한 주체인 노조과 개별 조합원 등의 손해배상책임의 범위를 동일하게 보는 것은 헌법상 근로자에게 보장된 단결권과 단체행동권을 위축시킬 우려가 있다”고 설명했다.
노조원들 똑같이 책임지던 파업 손배액…“개별 판단해야”

지난 2010년 11월 17일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근로자들이 울산 3공장을 점거한 채 파업 농성을 벌이고 있다. 주변에 관리직 직원들이 생산라인을 지키고 있다. 연합뉴스
현대차가 2010년 점거 농성으로 입은 총 피해를 371억원으로 산정한 원심판결 역시 같은 식을 따랐었다. “(공장 점거는)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방해하거나 법질서의 기본원칙에 반하는 폭력의 행사”라고 규정한 2심 재판부는 연간 고정비용을 연간 공장 가동 시간으로 나눈 뒤, 가동 중단 시간을 곱한 값으로 손해액을 책정했다. 현대차가 노조와 단체교섭을 거부해 갈등이 심화된 점 등을 고려해 노조는 이 중 50%에 대해 배상 책임이 있다고 봤다. 손해배상 책임액이 청구액(20억원)을 초과함에 따라 원심은 최종적으로 조합원들에게 현대차에 20억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지난 2013년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노조가 철탑에서 농성을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대법원은 이에 대해 “책임제한을 판단할 때 법원은 양측이 제출한 자료를 토대로 제반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비율을 정하므로, 어느 한쪽에 입증의 부담을 추가로 부담시키는 취지가 아니다”라며 “대법원은 일정한 유형의 사안에서 예외적으로 공동불법행위자 사이에 책임제한 비율을 달리할 수 있다고 판단하여 왔는 바, 이번 판결은 쟁의행위의 특수성을 고려해 이 같은 예외 사안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공동 불법행위의 경우 균등책임의 원칙이 적용되는데, (보통) 소송을 당하는 건 단순참가자가 아닌 쟁의행위를 기획·주도하고 적극 참여한 조합원이다. 그런 경우는 사실상 개별화가 불가능하다”며 “구체적인 판단이 어려울 경우 공동불법행위자로 연대책임을 지라고 한다든지와 같은 부가적인 설시 없이 개별적인 판단만 하라고 하면 입증이 불가하기 때문에. 결국 손배소를 하지 못하는 결과가 될 것”이라고 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판사 출신 변호사는 “노란봉투법이 논의되는 이유는 기존 민법으로는 이런 해석이 어렵기 때문”이라며 “그럼에도 법 규정 자체를 틀어서 이런 판단을 내린 것은 굉장히 특별한 해석”이라고 말했다.
한편 시민단체들로 구성된 노조법 2·3조 개정 운동본부는 “대법원이 헌법상 노동3권 보장 취지를 충분히 살려 쟁의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엄격하게 제한하겠다는 기조를 명확히 한 것”이라며 ”현재 국회에서 논의 중인 노조법 2·3조 개정안(일명 노란봉투법) 의 법적 근거를 명확히 제시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했다. 금속노조는 “노동조합 및 노동자의 책임을 인정한 대법원 판결에 대한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했다.
쌍용차 점거 농성도 “손해액 18억원 빼야”

경기도 평택 법원사거리에서 쌍용차 노조가 경찰과 대치하고 있다. 중앙포토
한편 2010년과 2013년 공장 점거 농성을 했던 당시 현대차 비정규직 노조 소속 조합원들은 현재 모두 정규직으로 전환된 상태다. 지난해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사내하청업체 직원들의 근로자 지위 확인 등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해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