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軍, 유모차 끌고 산책하는 도심 광장 공습
이날 러시아군은 체르니히우 광장에 위치한 극장을 노린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극장에선 드론 제조사들의 모임이 진행 중이었으며, 이는 최전선에서 사용될 군사 기술에 대해 엔지니어·군인·자원봉사자들을 위한 비공개 회의였다. 보안상의 이유로 행사 장소는 몇 시간 전에 공개됐다.
모임 참가자들은 공습 직전 대피소로 이동했다고 CNN은 전했다. 이호르 클리멘코 우크라이나 내무장관은 “대다수 희생자들은 (회의 참가자가 아니라) 도심에서 차량을 타고 이동 중이거나 길을 건너던 행인, 교회에 있던 신자들이었다”고 전했다.
이날 직격탄을 맞은 극장의 지붕은 폭격을 맞아 찢어졌고 인근 교회와 대학 건물도 크게 파손됐다. 중앙 광장 일대에 파편이 흩뿌려져 주차된 차량이 심하게 훼손됐고, 광장에서 100여m 떨어진 곳에서도 불이 붙었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극장 건너편에 위치한 한 레스토랑의 매니저 안나 자레바는 “큰 소리가 나서 즉시 밖으로 뛰어나갔더니 12세 소녀 두 명이 피를 흘린 채 쓰러져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며 “황급히 지혈 등 응급처치를 했고, 어떤 남자가 차를 세워 소녀들을 병원에 옮겼다”고 긴박했던 상황을 BBC에 전했다. 63세의 한 여성은 로이터통신에 “이곳에 온통 부상자, 구급차, 깨진 유리 파편 천지였다. 끔찍한 악몽이다”고 말했다.
6세 소녀 사망…유엔 "극악무도"
로마코 시장 대행은 “그들(러시아군)의 목표는 극장 건물에서 열린 군사 행사였지만, 미사일의 희생자는 주말을 맞아 중앙광장에 나온 민간인이 될 것이란 사실 또한 알고 있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크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러시아가 평범한 토요일을 고통과 상실의 날로 만들었다”면서 “우리 군인들이 러시아의 이번 테러를 응징할 것이라 확신한다”고 전했다.
유엔은 “극악무도한 공격”이라고 비난했다. 데니스 브라운 유엔 우크라이나 담당 조정관은 “대형 도시의 중앙공장을 공격하는 것은 가증스러운 일”이라며 “민간인에 대한 공격은 국제인도법에 따라 엄격히 금지된 일로 당장 멈춰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러시아는 지난 15일에도 서부 국경의 볼린 및 르비우 등지를 공습해 민간인 3명이 숨지고 수십명이 다쳤다.
NYT "개전 1년 반만에 양국군 50만명 사상"
NYT에 따르면 현재까지 러시아군 사망자는 12만 명, 부상자는 17만~18만 명으로 집계됐다. 우크라이나군에서는 사망자 7만 명, 부상자 10만~12만 명이 나온 것으로 분석됐다. 이는 위성 이미지, 통신 감청, 소셜미디어(SNS), 현지 언론, 양국 정부 발표 등을 토대로 사상자 규모를 분석한 결과다.
해당 사상자 수치는 지난해 11월 마크 밀리 당시 미국 합참의장이 밝힌 수치(20만 명)보다 두 배 이상 늘었다. 이에 대해 NYT는 지난 겨울과 올 봄에 걸쳐 우크라이나 동부 바흐무트에서 전선이 교착된 채 이어진 치열한 전투로 매일 수백명의 사상자가 나온 데다, 지난 6월 우크라이나군의 대반격 작전이 시작된 이후 러시아의 다층 방어선을 뚫지 못해 사상자가 수천명씩 늘었다고 전했다.
다만 미국 관리들은 러시아는 사상자 수를 낮추고 우크라이나는 사기 등의 문제로 공식 발표를 하지 않는 만큼 실제 사상자 수는 이보다 더 많을 수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