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지출 중 먹거리 비중 29.2%…집계이래 최고

지난 3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 소비자들이 장을 보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3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 소비자들이 장을 보고 있다. 연합뉴스

가계의 전체 지출 중 먹거리 관련 비중이 통계 집계 이래 최고 수준으로 올라갔다. 15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전국 1인 이상 가구의 월평균 소비지출 가운데 식료품·비주류음료 지출과 식사비(외식비) 지출이 차지하는 비율은 29.2%를 나타냈다.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19년도 1분기(26.5%) 이후 1분기 기준으로 가장 높다.

이는 그만큼 식비 부담이 커졌다는 의미다. 과거엔 외식비를 제외한 엥겔지수를 활용했지만, 점차 집밥 대신 외식하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외식비까지 고려해야 현실을 정확히 반영할 수 있다. 식비 부담이 늘면 주거·교육·의료 등 다른 주요 지출을 줄일 압박이 커진다. 전반적인 소비 감소로 내수 경기 부진을 더 악화시킬 수도 있다.

소득 1분위(하위 20%) 가구의 먹거리 지출 비중은 32.5%로 평균치보다 3.3%포인트 높았다. 저소득층일수록 전체 지출이 적기 때문에, 반드시 일정 수준을 써야 하는 식비 비율이 높을 수밖에 없다.

식비 부담을 키운 원인은 우선 2020년 이후 관련 물가가 크게 오른 데 있다. 연간 식품물가지수 상승률은 2020년 2.9%→2021년 4.7%→2022년 6.9%, 2023년 5.6%→지난해 3.6%를 나타냈다. 같은 기간 전체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보다 상승 폭이 크다. 올해도 지난 1분기 전체 소비자물가지수가 2.1% 상승하는 데 그쳤지만, 식품물가지수는 2.7%로 더 뛰었다.

정근영 디자이너

정근영 디자이너

 
2020년부터 지난달까지 세부 품목별 누적 물가 상승률을 보면 귤은 166.6% 올랐다. 배(82.2%)·사과(67.8%)·수박(53.3%) 등의 과일도 크게 뛰었다. 가공식품의 경우 식용유(69.5%)·잼(65.4%)·오징어채(57.1%)·참기름(51.5%)·국수(51.1%) 등이 많이 올랐다. 외식의 경우 김밥(37.8%)·햄버거(37.2%)·떡볶이(34.7%)·자장면(33.4%)·생선회(33.3%) 등의 상승세가 두드러졌다.


▶2020년 확산한 코로나19 사태 ▶이상기후에 따른 농산물 작황 부진 ▶러·우 전쟁에 따른 공급망 차질 등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쳤다.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과 고율의 배달앱 수수료 등은 외식비를 올린 요인으로 꼽힌다. 최근 이스라엘과 이란의 군사 분쟁으로 국제유가가 급등하면서 식품물가에 미칠 후폭풍이 우려된다.

여기에 한국은 식량 자급률(2021~2023년 평균 19.5%)이 낮다. 수입 의존도가 높다 보니 고환율로 타격이 컸다. 한국의 구매력 평가를 고려한 식료품 및 음료 가격 수준(2023년 기준)이 147로 국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치(100)보다 높은 배경이다. OECD에 따르면 이는 38개의 전체 회원국 가운데 스위스(163)에 이어 두번째다. 미국(94)·일본(126)·영국(89·독일(107) 등은 한국보다 낮았다.

정부는 먹거리를 중심으로 한 물가 대책을 내놓을 예정이다. ▶정부 지원을 통한 유통 채널별 가격할인 확대 ▶할당관세 확대 ▶가격담합 등 불공정거래 단속 강화 등이 거론된다.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는 13일 '밥상 물가안정 경청 간담회'에서 “유통 과정이 불분명하거나 불투명한 품목들에 대해서는 거래의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고 밝혔다.

정규철 KDI 경제전망실장은 근본 대책으로 “복잡한 유통 구조를 단순화하는 방향으로 개선하고, 먹거리 수입 문턱을 더 낮추는 등 공급 경로를 다변화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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