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5일(현지시간) 이스라엘의 폭격으로 이란 테헤란 인근의 한 석유 저장고가 불타고 있다. EPA=연합뉴스
15일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이스라엘이 이란을 공습한 1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원유(WTI)는 전날보다 7.3% 오른 배럴당 72.98달러에 거래를 마감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2022년 이후 최대 상승 폭이다. 경기 침체 우려로 올해 들어 배럴당 50달러대까지 떨어진 유가가 다시 불붙는 모양새다.
이번 사태가 글로벌 경제에 미치는 1차 충격파는 국제유가다. 이란은 석유수출국기구(OPEC)에서 세 번째 큰 산유국이다. 한국무역협회는 중동 확전 등을 이유로 에너지 가격이 10% 오를 경우 국내 기업의 생산비용이 5.9% 증가한다고 추산했다.

정근영 디자이너
정유업계는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유가가 급등하면 단기적으로 실적이 오를 수 있다. 하지만 중장기로 보면 원유 도입 비용이 늘어난다. 무엇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미국의 상호 관세 부과로 위축된 원유 수요가 더 쪼그라들 수 있다. 특히 여름철 성수기를 앞둔 시기라 더 우려스럽다.
이미 중국발(發) 공급 과잉으로 심각한 불황을 겪는 석유화학 업계도 마찬가지다. 원료인 나프타 가격이 동반 상승하면 제조 비용이 늘어난다. 한 석화 업체 관계자는 “수요가 꾸준한 상황에서 유가가 오르면 원가 상승분을 제품 가격에 반영하며 수익성을 높일 수 있지만, 현재로써는 원가 부담만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고 털어놨다.
항공유 부담이 큰 항공 업계도 유가 상승 영향을 피할 수 없다. 중동에 진출한 건설업계도 우려 섞인 시선으로 사태를 주시하고 있다. 중동 확전 시 공사 지연이나 추가 발주 감소, 원자잿값 상승에 따른 공사비 증가 등 피해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이란은 세계 원유 수송량의 20%가 지나는 ‘호르무즈 해협’을 낀 나라이기도 하다. 최악의 시나리오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다. 국내에서 쓰는 중동산 원유의 60%가 호르무즈 해협을 거친다. JP모건은 호르무즈 해협 봉쇄 같은 극단적인 시나리오가 현실화할 경우 유가가 배럴당 120~130달러까지 치솟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HMM 등 해운사는 호르무즈 봉쇄에 대비한 우회 노선과 대체 항만을 검토 중이다.
다만 이란이 호르무즈 봉쇄란 최후의 카드를 쓸 가능성은 크지 않다. 유광호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호르무즈를 봉쇄할 경우 미국을 비롯한 서방국뿐 아니라 이란의 최대 교역국인 중국도 타격을 받는다”며 “정권의 생존이 위태롭거나, 전면전이 벌어지는 극단적 상황이 아닌 이상 호르무즈를 봉쇄할 가능성은 작다”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