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스피가 나흘 연속 하락한 8일 오후 서울 중구 을지로 하나은행 딜링룸 현황판에 코스피 종가와 원/달러 환율이 표시돼 있다. 연합뉴스
횡보하는 시장에 투자자의 관심도 식었다. 8월 중순부터 코스피 일평균 거래대금은 10조원 아래로 떨어졌다. 이달 들어서는 7조원대에 머무는 일도 잦아졌다. 거래대금은 증시의 활력도를 나타내는 대표적인 지표다.
심지어 코스닥에도 밀리는 형국이다. 이달 들어 코스닥의 일평균 거래대금은 꾸준히 10조원을 넘으며, 최근 15거래일 연속 코스닥의 거래대금이 코스피보다 많았다. 코스피 시가총액(약 2020조원)이 코스닥의 4.6배에 달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례적이다.
테마주 중심의 코스닥 투자가 활발해진 게 원인으로 꼽힌다. 최유준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7월에는 코스피 반등과 테마주 상승이 동반했지만 8월부터 지수 흐름이 둔화하며 중·소형주의 상대 강도가 올라갔다”며 “테마주 장세의 주기가 짧아졌고, 다수의 테마가 등장하는 것도 특징”이라고 말했다.
빠른 반등은 쉽지 않다는 게 대체적인 전망이다. 경기 개선에 대한 확신을 갖기 어렵다. 상반기보다 나아졌다고 하지만 수출 회복은 더디고, 기업 실적 개선 속도도 기대에 못 미친다. 상반기 시장을 이끌었던 2차전지처럼, 반등을 이끌 주도주도 보이지 않는다.

김영옥 기자
이재만 하나증권 연구원은 “시기마다 주도주는 다르지만 모두 이익 증가를 기반으로 주가가 상승했고, 이익의 ‘피크아웃’(정점 통과) 이후 주도주 지위를 상실했다”며 “올해의 주도주인 2차전지도 이런 흐름에서 자유롭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대외 변수도 투자자의 걱정거리다. 당장 국제 유가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배럴당 60달러 중반에 머물던 서부텍사스유(WTI)는 지난 7월부터 가파르게 올라 어느새 배럴당 87.5달러까지 상승했다. 사우디아라비아가 하루 100만 배럴 규모의 자발적 감산을 연말까지 이어가겠다고 밝히면서 오름세가 더욱 가팔라졌다.
국제 유가 상승은 증시에는 불안 요인이다. 유가가 오르면 기업과 가계의 각종 비용이 뛰고, 이는 물가 지표와도 직결된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시나리오도 바뀔 수 있다. 증시의 변동 폭도 커질 수 있다는 이야기다.
김영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유가를 제외하면) 금리와 수요 등 거시 경제 여건에 큰 변화가 없지만 미국 빅테크 기업을 둘러싼 불확실성은 증시 전반에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빅테크 기업을 둘러싼 불확실성 중 투자자가 가장 촉각을 곤두세우는 건 애플 리스크의 확산 여부다. 중국 중앙정부가 이달 초 공무원에게 아이폰의 업무용 사용을 금지하자 애플 주가는 이틀 동안 6% 이상 급락했다. 이 기간 증발한 시가총액만 약 1897억 달러(254조원)다.

애플. AFP=연합뉴스
여파는 이미 국내 증시에도 상륙했다. 애플에 아이폰용 카메라 모듈을 공급하는 LG이노텍의 주가는 아이폰 금지령이 전해진 뒤 10%가량 하락했다.
이정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정보기술(IT)∙소프트웨어∙자동차 등 다른 업종에서도 중국 매출 비중이 큰 경우 (주가) 하락 압력을 받을 것”이라며 “금리 상승으로 증시 체력이 약해진 상황이기 때문에 직접적인 제재가 없어도 주가 하락은 피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 속 오는 12일(현지시간) 애플은 아이폰15 시리즈를 공개한다. 최유준 연구원은 “수요 부진 우려가 지속하는 상황에서 계절적 성수기를 앞두고 애플 신제품의 영향력을 가늠해볼 중요한 이벤트”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