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5월 10일 부산시청에서 열린 '2023 부산혁신도시 공공기관 지역인재 합동 채용설명회'에 취업준비생들로 붐비고 있다. 연합뉴스
“블라인드 채용을 해도 뽑고 보면 합격자들의 출신 대학이 1~2곳에 몰려 있어요. 풀이 워낙 좁다 보니 방법이 없죠.”
18일 강원도의 한 공공기관 관계자는 지역인재 채용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지방 혁신도시로 이전한 공공기관은 해당 소재지 대학·고등학교 졸업자를 전체의 30% 이상 채용해야 한다. 당초 목적은 지방의 우수한 인재를 활용하겠다는 의도였다. 하지만 고졸 채용은 소수인 데다, 지역에 있는 대학이 한정적이다 보니 특정 대학 쏠림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500인 이상 공공기관 68.4%, 지역인재 절반이 특정 대학 출신

김영희 디자이너
광주·전남에선 전남대 출신이 강세였다. 한국농어촌공사의 경우 지난 3년(2020~2022년)간 지역인재 합격자 43명 중 32명(74.42%)이, 한국전력공사는 2020년부터 올해까지 합격자 337명 중 203명(60.2%)이 전남대 출신이었다. 한전KDN도 같은 기간 합격자 108명 중 65명(60.2%)이 전남대였다.
대구에선 경북대, 경남에선 경상국립대 쏠림이 두드러졌다. 대구로 이전한 한국가스공사는 2020년부터 2022년까지 전체 합격자 53명 중 34명(64.2%)이, 신용보증기금은 2020년부터 올해까지 총 126명 중 73명(57.9%)이 경북대 출신이었다. 경북에 위치한 한국도로공사는 48.1%가, 한국전력기술은 62.1%가 경북대 출신으로 드러났다.
“초·중·고 지방에서 졸업해도 인서울 대졸자면 지원 못 해”
지역인재 채용 비율이 계속 높아지고 있는 점도 취준생들 사이에선 반발이 크다. 정부는 ‘혁신도시 조성 및 발전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2018년 18%로 시작해 지난해 30%에 이를 때까지 매년 3%포인트씩 지역인재 채용 비율을 높여 왔다. 해당 기관 전체에서 특정 대학 출신이 차지하는 비율이 더 커지면서 파벌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지방 소멸 막으려면 필수불가결”
전문가들은 장기적으로 “제도의 취지는 살리되 대상을 열어둘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박진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지금보다 조금 더 범위를 넓혀서 광역화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은 지역 인재 기준이 시·도 단위 중심이지만 호남권·영남권·충청권 등 권역 단위로 확대돼야 한다"며 "해당 지역에서 초·중·고교를 나온 이들에게도 기회를 확대해 다시 고향으로 돌아올 생각이 있는 학생들에게도 문을 열어놔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선우 한국방송통신대 행정학과 교수도 "지역인재 범위를 지역 대학 출신으로만 한정하는 조직이 폐쇄적으로 흐를 수 있어 조직 발전을 저해시킬 수 있다. 다양성을 확대하는 대안을 찾아야 한다"라고 말했다. 박대수 의원은 “전국적 불균형을 해소하려던 지역인재 채용이 오히려 지역 내 불균형을 초래하고 있다" 며 "내년 총선 이후 추진될 공공기관 2차 이전에선 채용 대상 지역 광역화 재설정 등 여러 해결방안을 도마 위에 올려놓고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