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태원 SK그룹 회장(오른쪽)과 박정호 SK하이닉스 부회장이 15일 경기도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공사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 SK그룹
감사원이 여주시장에게 문제로 삼은 건 2019년 SK하이닉스가 120조원 투자를 약속한 ‘용인시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사업’ 인·허가 문제다. 산업단지는 용인에 조성되지만, 반도체 생산에 필요한 용수는 남한강에서 끌어와야 해 취수 관련 인·허가권은 여주시가 쥐고 있었다.
SK하이닉스와 여주시는 2022년 6월 공업용수 관로가 통과하는 4개 마을에 대한 상생협약을 맺었다. 관련 법령상 모든 조건이 충족돼 여주시의 최종 허가만을 남겨두고 있었다. 하지만 감사원에 따르면 이충우 현 여주시장이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당선돼 그해 7월 취임한 뒤 협의 절차는 올스톱됐다. 이 시장이 축사 악취 민원과 지역 공업용지 제한 완화 등 사업과 관련 없는 숙원 사업의 추가 지원책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11월 21일 국회에서 열린 용인 반도체클러스터 용수 인프라 상생협력 협약식에서 김성구 용인일반산업단지 대표(앞줄 오른쪽부터), 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 이충우 여주시장, 이한준 LH사장이 협약서를 교환하고 있다. 연합뉴스
감사원은 국토교통부가 부실한 연구용역 결과에 근거해 레미콘 믹서 트럭의 신규 등록을 제한해왔다고도 지적했다. 감사원은 2019년 국토부가 용역을 의뢰한 레미콘 트럭 연구용역 보고서를 검증한 결과 애초 ‘공급 부족’이란 결론이 나왔음에도, 해당 연구자가 관련 내용을 조작해 ‘공급 초과’라고 국토부에 전달했다고 지적했다. 국토부는 별다른 검증 없이 이를 받아들여 신규사업자 진입을 막은 것으로 나타났다. 레미콘 믹서 트럭 수는 2009년 이후 2만 6000여대에서 그대로 멈춰있다. 매번 양대 노총의 ‘이권 카르텔’ 사례로 꼽혀왔다.

지난 7월 31일 오후 서울 시내의 한 레미콘 공장에 레미콘 차량이 세워져 있다. 정부는 2009년 이후 레미콘 신규사업자 진입을 막아왔다. 연합뉴스
감사원은 금융위원회의 경우 혁신금융서비스에 대해 규제를 면제해주는 특례제도를 운용하며, 법령에도 없는 사전 수요조사 절차를 만들어 기업의 신청 권한을 침해했다고 지적했다. 금융위는 “혁신 서비스가 정부 심사를 잘 통과할 수 있도록 컨설팅을 해주는 차원”이라고 반박했지만, 역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소방청은 기존 화재경보설비의 각종 오작동 대책으로 사물인터넷(IoT) 화재경보시스템을 새로 도입하기로 했지만, 별다른 근거 없이 관련 법령 개정을 수년간 지연시켰다는 지적을 받았다. 감사원은 각 부처에 이같은 소극행정 업무 담당자에 대한 주의 및 징계를 요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