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구 남산 자락에 자리한 밀레니엄 힐튼 서울 호텔 모습. 재개발이 추진 중이다. [사진 서울건축]
서울 중구 ‘밀레니엄 힐튼 서울’호텔 재개발 사업이 남산 경관을 최대한 해치지 않는 쪽으로 가닥이 잡히고 있다. 기존 재개발 정비 계획안보다 건물 높이를 20m가량 낮추면서 건물 2개 동(棟) 간 거리를 띄울 계획이다.
26일 서울시 등에 따르면 시는 힐튼호텔 소유주인 이지스자산운용 측과 이런 내용이 담긴 재개발 정비계획안을 놓고 막바지 검토 중이라고 한다. 앞서 이지스자산운용 측은 지난 5월쯤 ‘녹지생태 도심 재창조 전략’ 일환으로 서울시에 개방형 녹지를 사업 부지의 40% 이상 확보하는 대신, 현재 23층 71m 높이인 힐튼 서울 건물을 헐고 최고 38층 150m 높이 빌딩 2개 동을 짓겠다는 계획안을 냈다. 재창조 전략에 따라 녹지를 내놓은 대신 층수를 올렸다.
하지만 지상에서 바라보면, 힐튼 서울은 해발 30m인 남산 자락 위에 서있다. 새로 지을 건물 높이가 150m 라 해도 체감상으론 180m가 넘는다. 이에 재개발 이후 남산 경관을 가릴 것이란 우려가 나왔고, 결국 건물 높이를 20m가량 낮추는 방안을 검토중이라고 한다. 또 동 간격을 띄우고 녹지 면적도 넓힐 계획이라고 한다.녹지 면적은 축구장 1개 크기(7000㎡)다.
사업자가 재개발할 때 공공시설을 일정 부분 설치해 지자체에 무상으로 제공하는 기부채납도 구체화하고 있다. 서울역 앞쪽과 힐튼 서울 쪽을 잇는 에스컬레이터를 설치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힐튼호텔 재개발 부지에는 서울 관광안내소도 들어설 예정이다. 서울역과 남산, 주변 명동을 찾는 외국인을 위해서다. 앞서 공공산후조리원을 짓자는 의견도 제시됐으나 관광 용도로 활용하는 게 적합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힐튼 서울은 ‘한국 현대건축의 아이콘’으로 평가받는다. 건축가 김종성(88)이 설계했다. 김종성은 ‘근대건축의 거장’ 미스 반 데 로에(1886~1969)한테 건축을 배웠고, 스승의 설계사무실에서 근무한 유일한 한국인 제자다. 힐튼 서울 재개발 소식이 알려지면서 한쪽에선 현대건축 자산을 보존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이에 재개발할 때 힐튼 서울 로비를 그대로 두는 계획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내용을 담은 재개발 정비 계획안은 이르면 다음달 초 열리는 시 도시계획위원회 안건으로 상정된다. 심의과정에서 일부 수정될 수도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아직 도시계획위 심의 전이라 정해진 건 없다”고 말했다.
한편 힐튼 서울은 1983년 12월 문을 연 5성급 호텔이다. 대우개발이 운영하다가 외환 위기로 1999년 말 싱가포르 부동산 투자전문회사의 자회사에 매각됐다. 2004년 밀레니엄힐튼호텔로 재출범했으나 경영난을 겪었고, 2021년 이지스자산운용에 매각됐다.
김민욱 기자 kim.minwook@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