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대사는 26일(현지 시간) 워싱턴DC 한국문화원에서 진행한 특파원단 간담회에서 “동북아 안보 지형에 영향을 미칠 몇 가지 상황들이 주목된다”며 “가장 우려스러운 것은 러시아와 북한의 협력 강화”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양측간 밀착에 대한 국제사회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북ㆍ러의 협력이 한반도와 동북아를 넘어 전세계적 위협요인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조 대사는 이어 “윤석열 대통령이 유엔 총회 기조연설에서 지적한대로 북한의 위협은 한반도를 넘어 인도·태평양 지역과 전세계 평화에 대한 중대한 도전”이라며 “국제사회가 연대해 단호히 대응할 수 있도록 우방국과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문제 의식의 배경은 북·러 협력이 야기할 파급력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북·러는 지난 13일 정상회담을 통해 북한이 러시아에 전쟁 무기를 지원하고, 그 대가로 러시아의 첨단 무기 기술 등을 이전 받는 내용의 ‘거래’를 사실상 성사시킨 것으로 평가된다. 국제사회에서 고립된 양국 정상의 만남이 대만을 둘러싼 미·중 간의 대치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의 장기화와 한반도의 긴장 고조를 동시에 유발할 계기가 됐다는 의미다.
조 대사는 이 가운데 특히 한반도 상황과 관련 “한·미동맹은 안보에 대한 어떤 위협도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며 핵협의그룹(NCG) 등 한·미의 확장억제 시스템과 한·미·일 안보 협력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런 모든 노력이 더해져 북한의 도발과 위협, 불법 행위를 효과적으로 억제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일각에선 한·미·일 정상이 캠프 데이비드 정상회의에서 합의한 정상 간 직통 ‘핫라인’도 곧 가동될 거란 관측도 나온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최근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왕이(王毅)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 겸 외교부장이 몰타에서 만났고,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과 한정(韓正) 중국 국가부주석은 뉴욕에서 각각 회동했다. 오는 11월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참석할 가능성도 있다.
윤석열 대통령 역시 지난 7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아세안 정상회의에 참석한 리창(李强) 중국 총리와 만난 데 이어, 한덕수 총리는 지난 23일 중국에서 시 주석과 면담했다. 이에 더해 한ㆍ중ㆍ일 3국은 4년간 중단됐던 ‘한·일·중 정상회의’를 가장 빠른 시기에 개최하기로 합의한 상태다. 미국 역시 한·중 관계 개선에 대해 긍정적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발신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북·러 정상회담 이후 북한은 국제무대에서 한·미·일을 동시에 겨냥한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김성 유엔주재 북한 대사는 26일(현지 시간)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제78차 유엔총회 일반토의 연설에서 “적대세력의 무모한 군사적 모험과 도전이 가중될수록 국가 방위력 강화를 위한 노력도 정비례할 것”이라며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겠다는 뜻을 재확인했다. 그러면서 “미국과 대한민국은 정권 종말, 평양 점령과 같은 히스테리적 대결 망언을 떠들면서 침략적 성격이 명백한 합동 군사 연습을 연이어 실시했다”며 한반도 긴장고조의 책임을 한·미에 떠넘기는 억지 주장을 펼쳤다.
북한 대사의 연설 직후 김상진 주유엔한국대표부 차석대사는 즉각 발언을 신청해 “완전히 민주화되고 경제적 번영을 누리고 있는 법치국가인 한국이 미국과 공모해 핵전쟁을 일으키려고 한다는 북한의 억지를 믿는 분들이 있느냐”며 “북한은 비논리적이고 황당무계한 주장을 그만하라”며 정면으로 반박했다.
김 차석대사는 특히 “북한 정부는 강제노동 등 인권탄압을 통해 불법적인 무기 개발 자금을 마련하고 있다. 북한의 인권 문제는 세계 평화·안보에 직결된 문제”라며 북한이 가장 꺼리는 인권문제를 들어 국제사회의 공조를 촉구했다.
그러자 북한대표부 소속 김인철 서기관이 다시 발언을 신청해 ‘개는 짖어도 마차는 달린다’라는 격언을 꺼내 핵무기 개발을 지속하겠다는 뜻을 재확인하며 한·미를 비난했다. 남은 시간엔 “일본의 오염수 방류는 인류에 대한 범죄”라며 전선을 한·미·일 3국으로 확장시키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