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 노인 잡는 오르막길

경남 남해군 노도에서 80대 할머니가 힘겹게 가파른 마을길을 오르고 있다. 바로 옆에 설치된 모노레일은 1년 반이 넘도록 운행하지 않아 '무용지물'인 상태다. 안대훈 기자
오르막길 정상부에 다다르기까지 10분이 넘게 걸렸다. 30대 중반인 기자는 1분 정도 걸리는 거리였다. 집 앞에 도착한 할머니는 “젊어서는. 헉헉. 팔팔했는데. 헉헉”이라며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그러면서 “허리 뿌라지고(부러지고) 난 뒤부턴 너무 대다(힘들다)”며 “(뭍에) 장 보러 나가거나 병원 가는 날 아니면 안 내려간다”고 말했다.
승용차도 버거운 경사…“무릎 수술 안 한 사람 없어”

경남 남해군 노도에서 80대, 90대 할머니가 힘겹게 가파른 마을길을 오르고 있다. 바로 옆에 설치된 모노레일은 1년 반이 넘도록 운행하지 않아 '무용지물'인 상태다. 안대훈 기자
하지만 마을이 섬 중턱에 있다 보니 주민들은 이런 마을길을 오르내릴 수밖에 없다. 뭍으로 갈 배를 타기 위해선 마을 아래 노도항으로 가야 하기 때문이다. 경사가 완만한 다른 마을길도 있지만, 거리가 3배 넘게 긴 탓에 빙 둘러가야 한다.

경남 남해군 노도. 섬 중턱에 마을이 자리하고 있다. 안대훈 기자

경남 남해군 노도마을 무더위심터. 노도 모노레일 정상부 인근에 위치해 있다. 안대훈 기자
노인 위한 모노레일…1년 반 넘게 방치

경남 남해군 노도에서 80대 할머니가 힘겹게 가파른 마을길을 오르고 있다. 바로 옆에 설치된 모노레일은 1년 반이 넘도록 운행하지 않아 '무용지물'인 상태다. 안대훈 기자
하지만 정작 노도 모노레일은 1년 반 넘게 운행하지 못하면서 ‘무용지물’이 됐다. 남해군이 궤도운송법을 제대로 알지 못해, 사전에 안전 관리 조처를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보다 편하게 섬을 오르내릴 것이라고 기대했던 주민은 크게 실망하고 있다.
궤도 시설인 모노레일을 운행하려면 산업안전산업기사(삭도안전관리자) 자격증을 소지하거나 모노레일 안전관리 업무 경력을 가진 안전관리자가 필요하다. 또 올해 초 한국교통안전공단 점검 결과, 추락 방지 난간 등 안전 시설물도 보강해야 한다.
남해군 “올해 안엔 정상 운영”

경남 남해군 노도에 설치된 모노레일 승강장. 1년 반이 넘도록 운행하지 않으면서 차량은 다른 곳에 옮겨둔 상태다. 안대훈 기자
군 관계자는 “시설을 지어놓고 법 기준을 맞춰가고 있다. 예산도 한정적인 데다 남해에서 (안전관리) 자격을 가진 사람이나 단체를 찾기도 쉽지 않다”며 “올해 안에는 정상 운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경남 남해군 상주면 노도항 바로 앞에 '문학의 섬'이라고 적힌 조형물이 설치돼 있다. 노도는 '구운몽'을 쓴 조선 중기 문신인 서포 김만중 선생의 마지막 유배지로 알려진 섬이다. 안대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