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월 서울 영등포구 소상공인연합회에서 소상공인들이 난방비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러다 올해 1월 전기요금만 1500만원 나온 ‘고지서 폭탄’을 맞았다. 박씨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하기 전과 비교해 손님은 줄었는데 전기요금은 200만~300만원 가까이 더 나왔다”며 “그동안 전기료가 더 오른 만큼 올겨울 전기요금 내기가 두렵다”고 털어놨다.
![전기요금 인상폭 추이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한국전력공사]](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310/04/9fb86c83-5c3c-44e8-9c76-8b4fe4b4de64.jpg)
전기요금 인상폭 추이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한국전력공사]
김동철 한전 사장은 4일 기자간담회에서 “전기요금을 인상하지 않으면 결국 한전의 모든 일들이 중단되고 전력 생태계도 붕괴될 수밖에 없다”며 “2021년 시행된 연료비 연동제 이후 정부가 올해 인상을 약속한 전기요금은 ㎾h당 45.3원이고 이를 맞추려면 25.9원을 이번(올해 4분기)에 올려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국정 운영에 있어 여러 사항을 고려해 정부가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박대출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전날인 3일 원내대책회의 직후 전기요금 인상 여부에 대해 “내년 4월 총선에 정권의 명운이 걸려있다. 그 전에 (전기요금 인상은) 안 된다”고 단언했다.
전기요금은 한전과 산업통상자원부가 결정한다. 여당은 전기요금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하지 않지만, 윤석열 정부 들어 당정 협의를 통해 전기요금 결정에 키를 쥐고 관여해왔다. 전기요금 결정이 경제보다 정치적인 영향을 받은 배경이다.
총선을 떠나 4분기는 중요한 분기점이다. 전기 사용량은 한여름인 3분기(7~9월)가 가장 많다. 겨울철인 1분기(1~3월)가 뒤를 잇는다. 최근엔 자영업자를 중심으로 가스보다 상대적으로 싼 전기 난방이 늘어나는 추세다. 4분기 전기요금을 올릴 경우 1분기에 본격적인 영향을 미친다.
올해 1~2분기 누적 전기요금 인상 폭은 킬로와트시(㎾h) 당 21.1원에 불과했다. 산업부가 지난해 국회에 제출한 올해 적정 전기요금 인상 폭(㎾h 당 최소 51.6원)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 미래에너지융합학과 교수는“한전의 적자는 결국 국민 세금으로 메워야 한다”며 “한전 경영 상황과 에너지 물가 상승을 고려할 때 전기요금의 상당한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배럴당 90달러를 넘어선 국제유가가 변수다. 유가가 현 수준을 유지할 경우 전기요금 인상 요인으로 작용한다. 하지만 올해 6~7월 2%대까지 떨어진 물가가 8월 들어 3%대로 다시 오른 상황이다. 물가 잡기에 집중하는 정부로선 전기요금 인상은 쓰고 싶지 않은 ‘최후의 카드’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영향을 받은 지난해 겨울보다 에너지 가격이 많이 내려갔다”며 “한전 경영 상황도 다소 나아진 만큼 국민 물가 부담 등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자간담회서 발언하는 김동철 한전 사장. 연합뉴스
전기요금 결정을 미루는 것 자체가 인상 의지 부족을 보여준다는 지적도 나온다. 앞서 올해 2분기에도 분기 중반인 5월 15일에서야 ㎾h 당 8원을 인상한다고 발표했다. 4분기 전기요금은 산업부가 지난달 말 기재부에 제출한 건을 부처 간 협의하는 단계다. 전기요금 결정을 좌우하는 국회 당정 협의는 일정조차 잡히지 않았다. 기재부 관계자는 “분기마다 전기요금 결정을 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