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4일 전북 전주시 풍남동 한옥마을 내 태조로 한 점포에서 탕후루가 진열돼 있다. "탕후루는 최근 규제 완화와 상관없이 기존 꼬치구이집에서 부수적으로 팔고 있다"고 전주시는 전했다. 현재 한옥마을 내 꼬치구이집은 16곳가량이 영업 중이다. 전주=김준희 기자
중국·대만·일본 길거리 음식점 난립
한 탕후루 점포 직원은 "탕후루는 젊은 층이 엄청 찾는다"며 "예전엔 우리 가게에서만 팔아 '블루오션'이었는데 최근 너도나도 탕후루를 팔면서 '레드오션'이 됐다"고 한숨을 쉬었다. 현재 탕후루는 기존 꼬치구이집 10여 곳에서 팔고 있다고 전주시는 전했다. 거리 곳곳엔 대만 닭날개볶음밥, 일본 다코야키(풀빵) 간판도 눈에 띄었다.
일부 관광객은 전동차와 전동바이크를 타고 거리를 누볐다. 20대로 추정되는 남성 2명은 안전모를 쓰지 않은 채 전동바이크를 몰았다.한복을 입은 외국인 여성 5명이 탄 전동차는 도로 위를 지그재그로 달렸다.

20대로 추정되는 남성 2명이 지난 4일 전주 한옥마을에서 안전모를 쓰지 않은 채 전동바이크를 몰고 있다. 전주=김준희 기자
전주시 "허용 음식 품목, 건물 층수 완화"
전주시는 지난 7월 25일 한옥마을 허용 음식 품목과 건물 층수를 완화하는 내용이 담긴 '전통문화구역 지구단위계획 변경 결정'을 고시했다. 전통 음식만 팔던 한옥마을에서 일식·중식·양식 등 모든 나라 음식 판매가 가능해졌다.
지상 1층이던 건축물 층수 제한도 태조로·은행로 지구에 한해 지상 2층으로 확대했다. 지하층은 전 지구에서 허용된다. 앞서 우범기 전주시장은 "한옥마을에도 와인을 곁들이며 스테이크를 썰면서 야경을 볼 고층 건물이 필요하다"고 했다. 한옥보전위원회 심의를 통해서만 허용하던 전동기·의상(한복) 대여업 입점 제한도 폐지됐다. 또 폭 6m 이상 도로에 접한 필지엔 음식점 입점도 가능하다.
다만 지역 상권 보호를 위해 대형 프랜차이즈(커피숍·제과점·제빵점) 음식점과 일부 패스트푸드점(도넛·햄버거·피자·샌드위치)은 판매 제한을 유지했다. 김성수 전주시 한옥마을사업소장은 "국제화 시대에 걸맞게 전통문화구역 지구단위계획을 재정립했다"며 "불합리한 규제 개선과 행정 절차 간소화를 통해 방문객과 거주민 편익을 높이자는 취지"라고 했다.

지난 4일 전주 한옥마을에서 한복을 입은 외국인 여성들이 전동차를 즐기고 있다. 전주=김준희 기자
"국제 관광지 발돋움" VS "정체성 훼손"
폴란드에서 여자 친구와 함께 한국을 찾은 마세즈(24)는 "한옥마을에서 한국 전통 음식을 먹기 위해 식당을 찾았는데 실패했다"며 "한국 전통 음식을 파는 곳이 많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반면 한 상점 주인은 "젊은이들에겐 먹고 놀기 좋은 곳이면 되지 않느냐"고 했다.

지난 4일 전주 한옥마을 내 전동성당에서 관광객들이 사진을 찍고 있다. 영화 '약속' 촬영지로 유명하다. 전주=김준희 기자
"비싼 임대료 감당 못해 공실률 5%"
현재 한옥마을 내 전체 점포는 618개다. 한옥체험업 187개, 음식점·카페 119개 등이다. 전주시는 빈 가게를 30군데(공실률 5%)로 파악했다. 이곳은 입점 위치·규모에 따라 다르지만, 임대료가 보증금 5000만원에 월세 600만원 수준이다. 고비용을 감당 못한 자영업자들이 떠나 빈 점포도 적지 않다.

지난 4일 전주 한옥마을 내 빈 점포에 '상가 임대' 현수막이 걸려 있다. 전주=김준희 기자
"'가장 한국적인 도시' 정체성 지켜야"
최영기 전주대 관광경영학과 교수는 "일식이나 짜장면을 먹으려고 전주 한옥마을에 오는 게 아니다"라며 "'가장 한국적인 도시'라는 정체성을 잃으면 공간 매력도 떨어지기 때문에 외국 음식을 마구 들이는 건 위험한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전주 한옥마을 야경. 백종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