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울진군 백암온천관광특구 내 한화리조트 백암온천 전경. 사진 한화리조트 백암온천
지난 13일 서울 영등포구 63스퀘어. ‘63빌딩’이라는 이름으로 더욱 잘 알려진 63스퀘어 건물로 손병복 경북 울진군수와 간부 직원들이 들어섰다.
손 군수는 국비 예산 확보 목적으로 국회를 찾는 일정이 아니면 좀처럼 서울에 올 일이 없다. 하지만 이날은 조금 특별한 목적이 있었다.
손 군수는 63스퀘어 내에 위치한 한화호텔앤드리조트 본사에서 김형조 대표이사를 만나 “한화리조트 백암온천 운영 중단 결정을 철회해 달라”고 요청했다. 앞서 한화호텔앤드리조트 측은 최근 울진 백암온천관광특구에 있는 한화리조트 백암온천 운영을 중단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지난 13일 서울 영등포구 63스퀘어 한화호텔앤드리조트 본사에서 손병복 경북 울진군수가 한화리조트 백암온천 영업 중단 결정을 철회해줄 것을 김형조 대표이사 등에게 요청하고 있다. 사진 울진군
손 군수는 이 자리에서 들끓는 민심을 전하고 "소통 없이 일방적으로 리조트 운영 중단을 발표해 유감"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시대 화두가 된 지방소멸의 위기 속에서 지금까지 한화가 보여준 사회적 책임을 이번에도 실천해 주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실제 울진군 곳곳에는 한화리조트 백암온천 운영 중단 결정을 규탄하는 현수막이 내걸렸다. 현수막에는 ‘한화의 지역사회공헌이 영업 철수인가’ ‘한화콘도 철수하면 일하고 있는 우리 면민은 어디 가서 일하냐’ 등 격한 문구가 적혀 있었다.
1988년 10월 개관한 한화리조트 백암온천은 객실 총 250실 규모로 레스토랑, 온천 사우나, 온천 체험장 등을 운영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로 이용객이 크게 줄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백암온천관광특구 경제를 견인하고 있다.
경북 울진군 곳곳에 한화리조트 백암온천 영업 중단 결정을 규탄하는 내용의 현수막이 걸려 있다. 사진 울진군
울진군에 따르면 한화리조트 백암온천을 이용한 방문객은 지난해 8만2565명, 올해 1월부터 10월까지 9만7153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울진군 전체 인구(4만6000여 명)보다 두 배 이상 많다. 코로나19 사태 이전에는 이용객이 연간 18만 명에 달했던 적도 있다.
한화리조트 백암온천 측은 수익성 악화로 폐업이 불가피하다고 한다. 한화호텔앤드리조트 측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지역경제 영향을 고려해 객실 리모델링 등 수익 개선을 위해 노력했지만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아 영업 중단을 결정하게 됐다”고 했다. 앞서 2021년 8월에도 충북 충주시 한화리조트 수안보온천 운영도 비슷한 이유로 중단했다.
한화리조트 백암온천이 오는 12월 31일 자로 폐쇄를 예고하면서 울진군 온정면 주민은 비상이 걸렸다. 지역 주민 대부분이 한화리조트 주변에서 관광업으로 생계를 이어가고 있어서다.
경북 울진군 온정면 백암온천관광특구 전경. 사진 대한민국역사박물관
강봉희 온정면 주민자치위원장은 “백암온천관광특구 안에 한화리조트 백암온천을 제외하면 시설이 노후하고 규모가 작은 숙박시설밖에 없다”며 “리조트가 문을 닫게 되면 관광특구에서 생계를 유지하고 있는 주민은 물론 이웃한 후포면·평해읍 나아가 울릉도·독도 관광까지 연쇄적으로 타격을 입는다”고 지적했다.
강 위원장은 “한화리조트 백암온천이 지역에서 수십년간 동고동락하고 서로 도움을 주고받았는데 주민에게 한 마디 상의조차 없이 영업 중단을 결정해 아쉽다”며 “수익성 악화로 어쩔 수 없이 영업을 중단하더라도 다른 업체에 시설을 매각하는 등 대책을 고민하는 노력이 있어야 한화그룹의 기업이념인 ‘신용과 의리’에 걸맞은 일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백암온천은 ‘온천에 몸을 담가 병을 고쳤다’는 얘기가 처음 나온 온천이다. 조선 중기 문신인 이산해(1539~1609)가 쓴 ‘온탕정(溫湯井)’이라는 시에는 ‘백암산 아래에 온천이 있어 한 바가지 물로도 모든 병이 낫는다네’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경북 울진군 온정면 한화리조트 백암온천 내 온천탕 모습. 사진 대한민국역사박물관
유황온천인 백암온천은 물이 흰빛을 띠고 달걀 썩는 냄새가 나는 것이 특징이다. 만성 피부병, 천식, 신경통, 호흡기 계통 질병에 효과가 있다고 한다. 대한민국역사박물관에 따르면 조선시대까지는 지역민이 아픈 곳을 치료하는 용도로 쓰다가 일제시대 일본인들이 현대식 여관인 평해백암온천관을 지으면서 백암온천이 본격적으로 개발됐다. 이어 1979년 국민관광지, 1997년 관광특구로 지정됐다.
울진=김정석 기자 kim.jungseok@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