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우디 전통 의상을 입은 사람들이 지난 6월 19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리야드의 2030엑스포 유치를 홍보하기 위한 연회에 입장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일례로 매체는 지난 6일 파리 외곽의 한 비행선 격납고에서 열린 호화로운 연회를 소개했다. 몇몇 사우디 장관들이 이 연회를 열었는데, 아프리카 축구 스타 디디에 드로그바까지 참석했다. 아프리카에서 온 참석자들은 드로그바와 사진을 찍기 위해 달려갔다고 한다. 또 프랑스의 유명한 조명 영상쇼인 송에뤼미에르를 수중에서 보여주고, 값비싼 블루 랍스터와 오세트라 캐비어 등을 대접했다.
사우디는 최근 아프리카·카리브해·아랍 국가들과 정상회담을 개최해 경제협력 등 광범위한 지원을 약속하면서 엑스포 지지를 끌어냈다. 익명을 요청한 한 중남미 도서국의 BIE 대표는 폴리티코에 "사우디는 처음부터 자국을 선두 주자로 내세워 커뮤니케이션 전쟁에서 승리했다"고 전했다.
유럽의 한 BIE 대표는 "사우디 고위 관리가 '당신의 나라가 우리에게 투표할 수 있도록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라고 물었다"면서 "사우디가 한 약속은 매우 광범위하고, 잘 준비돼 있다"고 평했다. 사우디가 BIE 회원국을 상대로 막대한 '오일 머니(oil money·원유를 팔아 벌어들인 돈)'를 뿌리며 표심을 끌어모았다는 뜻이다. 이와 관련해 사우디 전문가인 한 외교관은 폴리티코에 사우디와 같은 '거래 외교'가 유치 경쟁에서는 일반적인 관행이라고 밝히면서 "많은 국가가 투표로 돈을 번다"고 전했다.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왼쪽)가 지난 6월 19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리야드 2030 엑스포 공식 홍보 행사에서 참석자들과 인사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사우디는 무함마드 왕세자가 배후로 지목된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살해 사건, 반체제 인사의 투옥 등 인권 침해 문제로 관련 국제 단체로부터 비난을 받고 있다. 아랍의 15개 인권 단체는 지난 21일 BIE에 공개서한을 보내 "사우디는 기본적인 인권을 침해하고 자유를 억압한 정권"이라며 "그런 정권에 엑스포 무대를 제공하는 것은 전 세계에 잘못된 메시지를 전달하는 행위"라며 반대 입장을 밝혔다.
폴리티코는 한국의 유치 활동에 대해선 "싸이와 방탄소년단(BTS) 등 K팝 연예인을 내세우고, 삼성·LG 등 대기업 최고 경영진의 호위를 받으며 노력했다"고 보도했다.
한편 엑스포 개최지는 28일 BIE 총회에서 182개국 회원국 투표로 결정된다. 투표에서 부산, 리야드, 로마 중 총투표수의 3분의 2를 득표한 도시가 나오면 해당 도시가 개최지로 확정된다. 없을 경우 가장 적은 표를 받은 1곳이 탈락하고, 나머지 2곳을 두고 즉시 2차 투표를 진행한다. 2차 투표에선 한 표라도 더 많이 받은 곳이 개최지로 결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