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명 美대통령 거쳤다…'100세 영면' 키신저의 장수 비결 셋

지난 2019년 뉴경제포럼에 참석한 헨리 키신저 전 미국 국무장관. 로이터=연합뉴스

지난 2019년 뉴경제포럼에 참석한 헨리 키신저 전 미국 국무장관. 로이터=연합뉴스

존 F. 케네디부터 조 바이든 현 미국 대통령까지 12명의 미국 대통령이 귀를 기울였던 외교 거목 헨리 키신저 전 미국 국무장관이 29일(현지시간) 100세 나이로 코네티컷 자택에서 별세했다. 그는 2차 세계대전 이후 가장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했던 외교관이자 학자라는 평가를 받는다.  

키신저 전 장관은 지난해 9월 뉴욕 유엔총회에 참석했던 윤석열 대통령과도 만나 한·미 동맹의 중요성에 대한 공감대를 공유했다. 당시 윤 대통령이 키신저 전 장관을 만나러 대화 장소에 도착하기 전, 키신저 전 장관은 대통령실 인사들과 담소를 나누며 자신의 장수 비결에 대해 세 가지 이유를 얘기했다고 한다.

1973년 11월 16일 박정희 대통령이 방한한 헨리 키신저(왼쪽) 당시 미국 국무장관과 청와대에서 오찬을 함께한 뒤 단독 회담을 위해 집무실로 이동하고 있다. 중국·일본 방문에 이어 서울에 들른 키신저는 이날 5시간 동안 머물다 워싱턴으로 돌아갔다. 오른쪽 뒤편은 조상호 의전수석비서관. 사진 국가기록원

1973년 11월 16일 박정희 대통령이 방한한 헨리 키신저(왼쪽) 당시 미국 국무장관과 청와대에서 오찬을 함께한 뒤 단독 회담을 위해 집무실로 이동하고 있다. 중국·일본 방문에 이어 서울에 들른 키신저는 이날 5시간 동안 머물다 워싱턴으로 돌아갔다. 오른쪽 뒤편은 조상호 의전수석비서관. 사진 국가기록원

참석 인사들에 따르면 김성한 당시 국가안보실장은 현장에서 끊임없이 질문하던 키신저 전 장관에게 “99세 연세까지 왕성한 활동을 하시며 건강을 유지하시는 비결이 뭐냐”고 물었다. 키신저 전 장관의 답은 이렇게 갈무리된다.

 
하나는 호기심(curiosity). 키신저 전 장관은 “AI가 국제 관계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고 있다”며 호기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두 번째 비결은 자신감(self-conviction). 키신저 전 장관은 자신이 책을 쓰거나 언론 인터뷰에 나서면 여전히 많은 사람이 자신의 이야기를 읽고 들으며 영감을 얻을 것이란 생각에 “자신감을 유지해오고 있다”는 말을 전했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키신저 전 장관은 “노력으로 얻기는 힘든 비결”이라며 “부모님을 잘 만나야 한다(You‘ve got to have good parents)”고 했다. 유전자가 좋아야 한다는 것이다.  


김 전 실장은 “그는 현실주의 외교(realist diplomacy)사에 한 획을 그은 인물이다. 영면을 기원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