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한 병원의 신생아실. 연합뉴스
50대 공무원 최모(여)씨는 최근 대학생 딸에게 “나는 결혼도 안 할 거고 아이도 안 낳을 것”이라는 ‘폭탄선언’을 들었지만 대꾸하지 못했다. 최씨는 “딸이 엄마가 아이를 키우며 일하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보고 컸기 때문”이라며 “퇴근이 늦거나 주말 근무가 있을 때면, 어쩔 수 없이 시부모님께 통사정하며 아이를 맡겼다. 딸은 ‘엄마처럼 되기 싫다’고 말하는데 그 마음이 이해된다”고 말했다.
달라진 기성세대…“애 낳으라고 하기 부담”

신재민 기자
출산을 꺼리는 자식들의 목소리가 크다 보니 부모도 눈치를 본다. 60대 자영업자 조모씨는 “요새는 아이 낳으라고 했다가는 ‘대신 키워줄 거냐’는 말을 듣는다”라며 “자녀 계획 이야기를 하는 게 어렵다”고 말했다. ‘딩크족’을 자처하는 직장인 선모(여·37)씨는 “양가 어른들이 임신 계획을 묻는 게 예민한 문제라는 걸 알고 있어 일절 언급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혼인 여성 출산율 떨어지자 합계출산율 급감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통계청, 계봉오 국민대 교수]](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312/01/434dac49-9248-4b08-b02d-d6b6feaf0417.jpg)
혼인 여성 출산율 떨어지자 합계출산율 급감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통계청, 계봉오 국민대 교수]
설동훈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20~30년 전만 해도 결혼하면 아이 낳는 걸 바람직하게 생각하던 일종의 사회적 규범이 지금은 무너져버렸다”라며 “본인 원하는 대로 살면 된다는 문화가 확산하면서 기성세대도 달라졌다”고 분석했다. 김인경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출산 관련 통계가 안 좋으니 부모들이 자식에게 출산을 강요할 수 없게 된 변화가 있는 것”이라며 “부동산·교육 등 아이를 낳고 키우는 자녀 세대가 겪을 사회적 문제가 근본적으로 해결돼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