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스는 영국 BBC에 “이런 걸 따로 돈을 받는 줄 몰랐다. 결국 티켓 두 장을 받는 데 110파운드(약 18만원)를 냈다”고 전했다. 분개한 부부의 딸이 항공사를 비판하는 글을 SNS에 올렸고, 이 글은 1300만회 이상 조회되면서 기록하며 관심을 모았다. 영국 네티즌들은 “그 돈이면 프린터도 사겠다” 등의 댓글을 남기며 항공사를 비난했다.

영국인 루스(79)와 피터(80) 자페 부부(왼쪽)는 체크인 비용까지 '깨알' 청구한 항공사 때문에 110파운드(약 18만원)를 냈다. 사진 X(옛 트위터) 캡처
케첩·포장 수수료도 유료…"내년 스텔스플레이션 심화"
영국 이코노미스트 최신호는 “내년엔 ‘스텔스플레이션(Stealthflation)’이 심화할 전망”이라고 짚었다. 레이더에 좀처럼 탐지되지 않는 스텔스기처럼 각종 지표에 눈에 띄지 않는 방식의 물가 상승이 심해질 것이란 얘기다.

김영옥 기자
이코노미스트는 호텔ㆍ리조트가 체크인 수수료, 식당은 테이크아웃 고객에게 포장 수수료, 차량 공유 앱이 안전 수수료를 별도 청구하는 행태들을 사례로 꼽았다. 식당ㆍ프렌차이즈 매장에서 공짜로 제공하던 케첩ㆍ소스ㆍ1회용 식기 등에 비용 청구하는 게 대표적이다. 지난해 영국의 한 맥도날드 매장에선 치킨 너겟에 그냥 주던 소스에 돈을 받자 분노한 고객이 관련 영상을 틱톡에 올려 논란이 됐다.

호텔, 리조트, 항공 등에선 '체크인 수수료', 테이크아웃 식당엔 '포장수수료' 등이 부과되는 '깨알 비용 청구'가 세계적으로 확산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일부 국가 식당에서 과거 공짜였던 케첩·소스 등 조미료에도 돈을 받는 경우가 늘고 있다. AP=연합뉴스
팁에 익숙한 서구권에서도 통상 팁을 받지 않던 영역에 수수료가 붙고 있다. 호주에서는 도어대시 등 음식배달 앱에 자동으로 팁이 추가되고, 인도에서는 택시앱 올라 등에서 “기사에게 팁을 주라”는 요청이 뜬다. 세계에서 가장 높은 팁(평균 20%)으로 악명이 높은 미국에서는 보통 팁 요구가 없는 편의점ㆍ웹사이트, 항공기에서도 팁을 요구해 논란이 됐다.

김영옥 기자
"엉따 월 2만원" 거센 고객 반발로 철회
자동차 업계에선 차량 외에 차량 유지에 필요한 소프트웨어(SW)비용을 따로 청구하는 방식이 확산되는 분위기다. 지난 4월 CNN에 따르면 메르세데스 벤츠는 북미 지역에서 일부 전기 자동차의 가속도를 높이는 옵션에 월 60달러(연간으로는 600달러)를 청구하는 서비스를 발표했다. 소비자 사이에선 이런 기능에 추가 요금을 물리는 건 시기상조라는 반응이 나왔다.
BMW는 일부 차량의 좌석 온열 장치에 요금제를 도입해, 소비자가 월정액(월 18달러·약 2만원)과 3년 정액제(300달러·약 39만원), 무제한(415달러·약 54만원 일시불) 등에서 선택하게 하려다 고객 항의가 빗발치자 지난 9월 철회했다.

BMW는 일부 차량 좌석에 온열장치 요금제를 도입하려다가 고객 반발이 거세지자 지난 9월 제도를 도입하지 않기로 했다. 로이터=연합뉴스
비즈니스인사이더는 “BMW가 좌석 온열 요금제는 포기했지만, 월 20달러(약 2만6000원)짜리 운전 보조 SW와 같은 다른 비용청구는 계속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매체에 따르면 포드도 SW 시장 확대를 염두에 두고 2030년까지 SW 판매목표를 연 200억 달러(약 25조원)로 잡고 있다.
'깨알 비용 청구'엔 빅데이터·인공지능(AI) 기술이 적극 활용된다. 과거엔 성수기·비수기, 평일·주말 정도의 간단한 구분으로 가격을 책정했다면, 요즘은 수요 변동을 실시간 추적해 분(分) 단위로 적용한다. 실제로 우버 등 차량 공유 앱은 실시간 수요가 클 때 더 비싼 요금을 매긴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중앙일보에 “무상 혹은 낮은 가격으로 공급되던 것들이 점점 유상으로 변하고 있다”면서 “특히 인터넷 서비스 의존도가 높아지고 가격 세분화 여지가 커질수록 유료화되는 항목이 늘어날 것”이라고 전했다.

세계서 가장 높은 팁(20%)으로 악명이 높은 미국에서는 편의점·웹사이트, 기내에서까지 고객에게 팁을 달라고 요구한 사례가 나왔다. AP=연합뉴스
언번들링 전략…"기내화장실도 돈 내랄 판"
서비스ㆍ제품을 쪼개서 파는 ‘언번들링’ 전략도 적극적으로 활용된다. 항공업계에선 가족ㆍ지인 등과 옆에 앉기 위한 좌석 선택, 기내 담요에도 돈내라는 곳이 늘고 있다. 유럽 저가항공사 라이언에어에선 기내 화장실 사용시 요금을 따로 받자는 내부 제안도 나왔으나 채택되진 않았다.

외신에 따르면 우버 등 차량공유앱은 이제 실시간으로 피크 수요를 측정해 피크 수요가 발생하면 가격을 올린다. 로이터=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