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달 21일 밤 북한이 군사정찰위성 1호기 '만리경-1호'를 신형위성운반로켓 '천리마-1형'에 탑재해 발사하는 모습.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위성·미사일 관련 11명 제재
국가항공우주기술총국은 북한의 군사정찰위성 사업을 총괄하는 곳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달 21일 정찰위성 발사 이후 연일 총국 산하 평양관제소를 찾아 위성이 찍은 사진을 살펴봤다.
지난달 23일엔 총국의 과학자, 기술자, 간부들을 모아놓고 격려하며 기념사진도 찍었다. 같은 날 저녁 기념 연회에선 딸 김주애와 아내 이설주가 'DPRK NATA'(국가항공우주기술총국의 영문 약어) 등 문구가 적힌 티셔츠를 입고 등장했다.

북한이 지난달 23일 저녁 목란관에서 정찰위성 '만리경-1호' 발사 성공을 기념해 연회를 연 모습.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딸 김주애가 'DPRK NDTA 국가항공우주기술' 로고가 적힌 티셔츠를 입고 있다.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정부가 이날 국가항공우주기술총국 관계자 4명을 한꺼번에 제재한 것도 북한의 추가 위성 개발 계획을 저지하고 불법 우주발사체 발사 행위를 엄단하겠다는 의지를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지배인이 제재 대상에 오른 용성기계연합기업소 역시 김정은이 지난달 26일 정찰위성 발사 닷새 만에 현지지도한 곳이다. 당시 단순한 경제 행보가 아니라 군수 산업과 관련된 목적의 방문일 것이란 관측이 나왔다. 실제 북한의 공장은 군수품과 민수품을 동시에 생산하는 경우가 많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달 26일 용성기계연합기업소를 시찰하는 모습. 조선중앙TV. 연합뉴스.
주러 北서기관 제재, 무기 커넥션 혐의
외교부는 "이번 한국의 독자 제재 대상 11명 중 진수남을 제외한 10명은 한국이 세계 최초로 지정했다"고 설명했다. 한국이 북한의 핵·미사일 자금 차단을 위한 국제사회의 노력을 선도하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또 앞서 지난 6월 한국이 세계 최초로 제재했던 북한의 대표적인 해킹 조직 '김수키'의 경우 이날 미국과 일본 또한 각각 자국 제재 대상에 추가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달 22일 오전 국가항공우주기술총국 평양종합관제소를 방문해 정찰위성의 작동 상태 등을 파악했을 당시 장면.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4개국 최초 연쇄 제재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도 한국 시간으로 1일 오전에 해당하는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미 재무부의 대북 제재 발표와 함께 성명을 내고 "미국은 동맹, 파트너 국가와 협력해 북한의 미사일과 대량살상무기(WMD) 자금을 차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가 지난해 말부터 동맹과 우방을 중심으로 연쇄적, 중첩적 대북 독자 제재에 공을 들이는 건 사실상 대북 압박 기능을 상실한 유엔 안보리의 현실 때문이다.
지난달 27일(현지시간) 북한의 군사정찰위성 발사와 관련해 열린 안보리 긴급회의는 중ㆍ러의 딴지로 언론 성명 등 가장 낮은 단계의 공동 조치도 도출하지 못한 채 빈손으로 끝났다. 안보리에서 같은 양상이 2년 넘게 반복되는 가운데, 각국이 협력해 사실상의 '독자 제재 연합체'처럼 움직인다면, 안보리 기능 부재를 상쇄할 만한 중첩적 제재 망을 조성할 수 있을 거라는 게 정부 구상이다.
다만 이날 4개국 중 한국만 북한의 군사정찰위성을 직접 겨냥했으며 나머지 3개국은 자국 판단에 따라 북한의 불법 무기 개발에 관여한 북한 국적자 등을 각각 제재했다. 이날 제재는 윤석열 정부 들어 13번째 대북 독자 제재다. 이로써 정부가 지정한 제재 대상은 개인 75명과 기관 53개로 늘었다.
김정은, 딸과 함께 공군 방문 "싸움은 사상에 달려"

지난달 30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딸 김주애와 함께 전날인 북한의 항공절(11월 29일)을 기념해 공군 주요 시설을 방문한 모습. 노동신문. 뉴스1.
김정은은 이날 "달걀에도 사상을 재우면 바위를 깰 수 있다"며 "싸움의 승패는 어떤 사상을 가지고 무엇을 위해 싸우는가 하는데 달려있다"고 말했다고 통신은 전했다. 통신은 또 김정은이 "공군의 작전 계획을 보고받고, 작전 지휘와 정황 관리 정보화 실태를 구체적으로 파악했다"고 보도했다.
최근 북한의 군사정찰위성 발사와 9·19 남북 군사 합의 파기 선언으로 남북 간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절대적으로 열세인 공군력 강화를 주문하며 '정신 무장'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정은은 지난 9월 러시아 방문 때도 전투기 공장을 방문하며 공군력 열세를 극복하려는 행보를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