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교수는 서울대병원 측에 SOS를 쳤다. 추가 검사로 이어졌다. 여기서 새로운 원인 유전자가 나왔다. 서울대병원의 환자 자료 풀(pool)에서 비슷한 사례를 확인했다. 이윤정 교수는 “결론을 내지 못하는 사례에 대해 이차적인 의견을 들어야 할 때가 있다”라며 “'이건희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선생님들과 토의를 통해 결론을 내리고 치료 계획을 잡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 프로젝트는 고(故) 이건희 전 삼성 회장의 유족이 2021년 5월 소아암·희귀병 극복에 써달라고 서울대병원에 3000억원을 기부하면서 시작됐다. 이 사업에는 전국 160곳 의료기관에서 1071명의 의료진과 전문가가 참여하는데, 이 교수도 일원이다. 민호는 기부금 덕분에 고가(500만~1000만원)의 신기술 유전체 분석 검사를 무료로 받았다. 이보다 더 값진 것은 집단지성 활용이다.

지난 8월 29일 서울대병원 의생명연구원 내 진단검사의학과 분자진단검사실에서 연구원이 '트리오 홀엑솜 검사'를 하면서 DNA 샘플의 농도를 측정하고 있다. 김종호 기자
진행 방식은 이렇다. 전국의 병원이 혈액 검체를 서울대병원으로 보내면 4~6개월 뒤 결과를 ‘레어디엑스(RareDx)’에 올린다. 임상 및 유전체 데이터 기반의 진단 웹이다. 마치 데이터 보물창고 같다. 여기를 통하면 종전보다 훨씬 병명을 찾기 쉬워졌다. 중앙본부 역할을 하는 서울대병원과 수시로 의견을 교환한다. 이 병원은 매달 10~15명의 관련 의사가 모여 환자 사례를 분석하고 어떤 검사를 추가할지를 정해 각 병원에 알려준다. 이런 과정에서 희귀병 지식이 전국으로 퍼진다.

지난 8월 29일 서울대병원 의생명연구원 내 진단검사의학과 분자진단검사실에서 연구원이 '트리오 홀엑솜 검사'를 하며 PCR과정을 거쳐 증폭된 DNA를 정제 후 추출하고 있다. 이 검사는 진단율이 최대 45%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김종호 기자
채종희 서울대병원 희귀질환사업부장(소아청소년과 교수)은 “이번 사업이 '진단 방랑'을 줄이는 데 기여할 뿐 아니라 장기적으로 환자가 지역 거점 병원에서 같은 진단과 치료를 받을 수 있게 의료진의 역량을 강화하게 될 것”이라며 “함께 연구하고 경험을 나누다 보면 젊은 인재 양성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