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말하면 자동 동시 번역…외국인 감동시킨 명동역 '이것'

 지난 7일 서울 지하철 4호선 명동역에서 베트남 관광객 마이 린 부(사진 오른쪽)가 서울교통공사의 '외국어 동시 대화 시스템'을 이용하고 있다. 나운채 기자

지난 7일 서울 지하철 4호선 명동역에서 베트남 관광객 마이 린 부(사진 오른쪽)가 서울교통공사의 '외국어 동시 대화 시스템'을 이용하고 있다. 나운채 기자



“(베트남어로) 롯데월드로 가는 길을 알고 싶어요.


7일 오전 11시 30분쯤 서울 지하철 4호선 명동역. 베트남에서 지인과 함께 한국으로 여행 온 마이 린 부(24)가 고객안전실 옆 투명한 터치스크린 아래 설치된 마이크에 이같이 말했다. 그의 말이 끝나자마자 스크린엔 베트남어를 한국어로 번역한 문장이 표시됐다.

스크린 안쪽에서 이를 확인한 지하철역 직원은 마이크에 “(승강장으로) 내려가셔서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으로 가 지하철 2호선으로 갈아타고, 잠실역으로 가면 된다”고 말했다. 역시 직원의 말은 즉시 베트남어로 번역돼 화면에 나타났다. 마이 린 부는 “편리하다”며 “여기뿐만 아니라 모든 역에 이런 게 있으면 좋겠다”고 했다.

지난 7일 서울 지하철 4호선 명동역에서 '외국어 동시 대화 시스템'이 설치돼 있다. 나운채 기자

지난 7일 서울 지하철 4호선 명동역에서 '외국어 동시 대화 시스템'이 설치돼 있다. 나운채 기자

 

외국어 동시 대화 시스템 운영…내년 확대

마이 린 부가 사용한 건 서울교통공사(서교공)가 국내 최초로 선보인 ‘외국어 동시 대화 시스템’이다. 지난 4일부터 4개월간의 시범 운영을 시작했다. 내년에는 서울역‧이태원역‧김포공항역‧광화문역‧홍대입구역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모두 외국인 관광객이 즐겨 찾는 곳이다.

베트남어뿐만 아니라 영어와 일본어, 중국어, 태국어, 말레이시아어, 인도네시아어, 스페인어, 프랑스어, 독일어, 아랍어, 러시아어 등 13개 언어를 지원한다.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했고, ‘노이즈(소음)’ 제거 기술을 적용해 역사 내 소음으로 빚어질 인식‧번역 오류 문제도 보완했다.


서교공 관계자는 “시범 운영을 시작한 이후 일본‧중국 관광객들이 많이 사용하고 있다”며 “관광객은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다양하다”고 설명했다. 이날 시스템을 사용하진 않았지만, 지나가면서 사진을 찍어간 미국인 크리스(28)는 “외국에서 왔거나 여행을 오는 친구들에게 알려주려고 한다”며 “애플리케이션(앱)이나 지도를 봐도 헷갈릴 때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 9월 11일 오후 서울 중구 지하철 1호선 서울역에서 외국인 관광객들이 1회용 승차권을 구매하고 있다. 뉴스1

지난 9월 11일 오후 서울 중구 지하철 1호선 서울역에서 외국인 관광객들이 1회용 승차권을 구매하고 있다. 뉴스1

 

지하철 무제한 이용권에 전용 택시 앱도

외국어 동시 대화 시스템 외에도 서울시는 외국 관광객이 이용할 교통수단과 관련해 각종 서비스를 마련하고 있다.

외국인이 정해진 기간 지하철을 무제한 탈 수 있는 단기이용권도 내년 2월쯤 나올 예정이다. 가칭 ‘또타GO’다. 올 상반기 지하철을 이용한 외국인이 하루 평균 1만2729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275명)보다 10배 가까이 늘어난 점이 고려됐다. 1일권은 5600원, 3일권은 1만1800원대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  

외국인 전용 택시 앱 ‘타바(TABA)’도 출시됐다. 기존엔 외국인 관광객이 앱으로 택시를 부를 경우 국내 이동통신사를 통해 본인인증을 해야 하고, 국내에서 발행한 카드 위주로만 결제해야 했다. 타바는 외국 관광객이 본국에서 사용하던 전화번호로 인증이 가능하다. 해외 카드 결제도 지원한다. 추천‧최단‧통행료 면제 등 경로뿐만 아니라 중형‧대형‧고급 택시 유형도 선택할 수 있다. 여기에 더해 200여곳의 서울 주요 명소도 소개한다.

지난 3일 서울 종로구 경복궁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들이 사진을 찍고 있다. 뉴스1

지난 3일 서울 종로구 경복궁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들이 사진을 찍고 있다. 뉴스1

 

서울시, 외국 관광객 3000만 유치 목표

이런 서비스는 서울시가 2027년 연간 외국인 관광객 3000만명 유치를 목표로 세운 것에 발을 맞춘 것으로 풀이된다. 관광 인프라‧콘텐트뿐만 아니라 ‘발’이 돼 줄 교통수단에도 무게를 둔 것이다. 앞서 서울시는 지난 9월 외국 관광객 3000만명 유치에 1인당 300만원 이상을 지출하도록 하고, 7일 이상 체류하며 70% 이상의 재방문율을 끌어내겠다고 선언했다. 당시 서울시는 교통 등 여행자 편의 서비스를 대폭 확대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