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미레이트 등 중동항공사 이용객 역대최대...고급화·한국화 전략 먹혔다

지난 5월 8일 에미레이트항공 여객기가 두바이 상공을 비행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5월 8일 에미레이트항공 여객기가 두바이 상공을 비행하고 있다. 연합뉴스

오일머니를 앞세운 중동 항공사가 최근 한국 사업을 공격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12일 국토교통부 항공정보포털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인천공항에서 에미레이트·카타르·에티하드항공 등 중동 항공 3사를 이용해 출입국한 여행객은 89만9890명으로 2023년 80만4795명보다 11.8% 증가했다. 국토교통부가 관련 통계를 집계한 1997년 1월 이후 가장 많은 숫자다. 같은 기간 운항편수(2618→3230편), 화물량(1만4783→1만9864톤)도 증가했다.

항공권 가격이 다른 항공사보다 저렴한 점이 주효했다. 중동 항공사는 각국 정부 혹은 정부가 보유한 국부펀드가 운영하고 있다. 유류세를 내지 않기 때문에 다른 국적기보다 가격이 30%가량 낮다. 예컨대 인천~파리 왕복 노선(올해 6월 중순 이코노미 좌석편)의 경우 대한항공은 약 250만원이지만, 에미레이트항공은 약 160만원이면 구매할 수 있다.

중동 3사가 지난해부터 인천~중동 노선을 공격적으로 늘린 점도 영향이 컸다. 에미레이트항공은 지난해 2월부터 인천~두바이 노선을 주 7회에서 주 10회로 확대했고, 카타르항공도 지난해 3월부터 인천~도하 노선을 주 7회에서 8회로 늘렸다. 에티하드항공도 지난해 5월부터 인천~아부다비 노선을 주 7회에서 11회로 확대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중동 3사가 인천국제공항을 아시아 허브공항으로 정하고 중동, 유럽, 아프리카 노선 점유율 확대에 나선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동 3사는 신형 항공기 투입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에미레이트항공은 새롭게 개조된 보잉 777-300ER 기종을 지난 4월 투입했다. 모든 좌석에서 통로 접근이 가능하도록 내부를 리모델링해 차별화를 꾀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에미레이트항공은 에어버스 SE A350를 올해 말까지 12대 인도받는다. 보잉 777X도 200대 주문해 내년 말부터 순차적으로 도입한다. 일부는 인천발 노선에 투입될 것으로 전망된다. 에티하드항공과 카타르항공도 각각 40대, 230대의 대형 항공기를 주문 예정이다. 


에미레이트항공의 보잉 777 기종에 적용된 프리미엄 이코노미 좌석. 사진 에미레이트항공

에미레이트항공의 보잉 777 기종에 적용된 프리미엄 이코노미 좌석. 사진 에미레이트항공

국내 소비자가 만족할만한 현지화 전략도 긍정적 반응을 얻고 있다. 에미레이트항공은 한국인 조종사 12명, 승무원 531명을 채용했고 에티하드항공은 지난해 10월부터 양념치킨 밥을 기내식으로 제공하고 있다.

중동 항공사의 확장에 따라 노선 축소도 잇따르고 있다. 호주 콴타스항공은 중동 항공사의 저가 공세에 호주발 로마(2003년), 파리(2004년), 프랑크푸르트(2013년) 노선을 순차적으로 폐지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중동 항공사의 낮은 가격정책은 단기적으로 소비자 편익을 높일 수는 있지만, 국내 항공산업 측면에선 위협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