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 개포중학교의 2·3학년 시업식을 앞둔 4일 오전 8시 40분. 자녀를 등교시킨 A씨(50대·여)는 아이가 학교에 들어간 뒤에도 한참을 근심어린 표정으로 건물을 바라보며 이같이 말했다. 그 순간, “꽝”하는 천둥소리가 귀를 때렸다. 근처에 있던 학생과 학부모들을 놀라게 한 소리는 공사 소음이었다.
개포중은 개포주공1단지 등 인근 재건축·재개발 정비사업으로 2017년 휴교한 뒤 7년여 만인 이날 재개교했다. 하지만 학교 재개축 공사는 아직도 진행 중이다.
개교 첫 날인 이날 학생들은 교문도 없이 임시 펜스를 세워 만든 길을 통해 학교로 들어갔다. 아이들 뒤로 ‘안전제일’ ‘학생 여러분! 환영합니다’라는 문구가 적힌 2m 높이 펜스가 줄줄이 세워져 있었다. 입구 왼쪽에는 포크레인과 트럭이 움직이며 작업이 한창이었다. 임시펜스로 둘러싸인 학교 안 쪽에는 공사에 쓰이는 각종 적치물도 쌓여있었다.
행인들은 학교 바로 왼쪽 횡단보도로 이어지는 인도가 공사로 막혀있어 위태롭게 차들이 지나다니는 도로를 그대로 이용해야 했다. 횡단보도에서는 ‘학생 안전 최우선’이라고 적힌 어깨띠를 두른 강남서초교육지원청 등 교사들이 직접 안전지도를 하고 있었다.
2019년 휴교했다가 같은 날 재개교한 바로 인근 개원초의 경우 개포중보다 공사 진행율은 높지만, 여전히 마무리 작업이 진행 중이다.
재건축조합의 기부채납 방식으로 재개축이 이뤄진 개포중과 개원중 건립은 당초 2월말 공사가 마무리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조합과 시공사 측이 노무비 등으로 갈등을 벌이면서 2주 동안 공사 지연이 중단된 탓에 학생들이 ‘공사판’ 학교로 등교하게 됐다. 강남서초교육지원청 관계자는 “시공사가 3월 말 완공을 목표로 운동장 등 외부 토목공사를 진행 중”이라며 “학교와 지원청 소속 선생님들이 계속 등하교 시간 안전지도를 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재건축사업 지연으로 신·개축이 1년이나 미뤄질 위기에 처한 사례도 있다. 반포지구 재건축사업(반포주공1단지 1·2·4주구 재건축)으로 각각 지난해와 올해 휴교에 들어간 반포초와 반포중의 경우, 공사일정 지연에 따라 조합 측이 교육당국에 당초 예정한 2026년이 아닌 2027년 11월에나 준공이 가능하다고 통보한 상황이다. 이에 인근 잠원초 등의 학급 과밀이 우려되고 있다.
설계 문제로 공사일정이 예정보다 늦춰지면서 아예 개학이 늦춰진 학교도 있다. 서울 마포구 서강초등학교는 지난달 13일 학부모들에게 건물 내진 보강공사 등으로 올해 학사일정을 2주 연기한다고 공지했다. 이에 따라 오는 18일 1학년 입학식과 나머지 학년 시업식을 진행하기로 했다. 현재는 긴급 돌봄교실만 운영되고 있다. 이날 오후 서강초등학교는 개학 첫 날 학생들로 북적이는 다른 학교와는 달리, 공사로 인해 철제구조물이 빽빽하게 세워져 있었고 작업자들과 긴급 돌봄서비스를 이용하는 일부 학생들만 간간히 오가는 썰렁한 모습이었다.
해당 학교는 내진보강 설계를 끝내고 공사에 착수했으나 실제 구조상 추가 안전점검 작업 필요성이 제기됨에 따라 공사 일정이 늦어졌으며, 18일 개학에는 문제가 없도록 공사를 마무리한다는 게 서울시교육청 설명이다.
이처럼 반복되는 학교 공사지연 피해는 고스란히 학생과 학부모들 몫이다. 개포중 학생들은 공사가 마무리될 때까지 운동장과 특별실 등을 이용할 수 없고, 흙먼지와 공사소음을 견디며 수업을 받아야 한다. 서강초 역시 개교 연기로 연간 학사일정이 변경되는 등 학사 운영에 차질이 예상되는 상황이다. 또 긴급 돌봄교실을 운영하곤 있지만 전체 학생 수용이 어려워 맞벌이 부부 등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학교 자체적으로 진행하는 공사를 포함해 수백 곳의 학교에서 크고 작은 공사가 진행되고 있는데, 시설공사 특성상 예상한 일정에 공사가 마무리되지 못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며 “아이들 수업에 문제가 없도록 여러 대비를 하고 공사를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