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규 유족 "위헌적 계엄하 7개월만 사형…법원이 답해달라"

가운데(왼쪽에서 두번째) 김재규 중앙정보부장의 여동생 김정숙(85) 씨. 재판에서 직접 재판부에 재심 이유를 설명한 김 씨는 "오빠가 재판을 봤다면 속으로만 기특해할 것 같다"며 "아직 아무것도 결정난 게 없고 이제 시작일 뿐이니, 전두환 등이 '자기가 대통령 되고 싶어서 그랬다'는 말 같은건 거짓이란 게 밝혀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정연 기자

가운데(왼쪽에서 두번째) 김재규 중앙정보부장의 여동생 김정숙(85) 씨. 재판에서 직접 재판부에 재심 이유를 설명한 김 씨는 "오빠가 재판을 봤다면 속으로만 기특해할 것 같다"며 "아직 아무것도 결정난 게 없고 이제 시작일 뿐이니, 전두환 등이 '자기가 대통령 되고 싶어서 그랬다'는 말 같은건 거짓이란 게 밝혀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정연 기자

 
1979년 10월 26일 박정희 전 대통령을 살해한 고(故) 김재규 전 중앙정보부장의 유족이 신청한 재심사건을 받아들일지 판단하기 위해 법원이 당시 김 전 부장의 변호인단에 있었던 안동일(84) 변호사를 법정에 불러 증언을 듣기로 했다.

 
서울고등법원 형사7부(부장판사 이재권)는 17일 김 전 부장의 재심신청사건 심문기일을 열고 이같이 밝혔다. 유족 측이 “당시 국선변호사로 수사 처음부터 재판 끝까지 참여한 안동일 변호사를 증인으로 신청하려고 하는데, 고령이라 재심 개시 절차에서 증인신문을 해도 좋을 것 같다”고 한 의견을 받아들인 것이다. 유족 측 조영선 변호사는 “당시 위법적인 수사, 공소제기 및 재판 과정에 대한 증언을 들을 수 있을 것”이라고 부연했고, 재판부도 “개괄적인 내용을 들어볼 수 있을 것 같다”고 동의했다.

이날 법정에는 김 부장의 둘째 여동생 김정숙(85) 씨가 재심 청구인 자격으로 직접 법정에 출석했다. 김씨는 “큰오빠가 돌아가신 지 44년이 지났는데, 당시 신군부의 불법 개입으로 재판이 정당하게 이뤄지지 않았다는 새로운 증거가 나와서 재심을 청구하게 됐다”며 “다시 재판이 열린다면 김재규 장군과 더불어 뜻을 같이한 5분의 명예가 회복되길, 역사에 길이 남을 재판이 되길 간절히 바란다”고 말했다.

 

“위헌적 계엄, 위법한 수사·재판… 7개월만에 사형집행”

형사소송법에 420조에 따르면 재심은 기존 재판에서의 증거 등이 허위변조 내지는 범죄의 결과물 등에 기초한 경우나 기존에 받은 유죄 판결보다 가벼운 죄를 입증할 명백한 증거가 새로 발견되는 경우 청구할 수 있다. 유족 측은 박 전 대통령 살해 행위에 대한 합당한 사법적 평가를 다시 해야하고 당시 수사재판과정이 절차적으로 부당하는 입장이다. 또 1979년 군사법원에서 벌어진 절차적 하자를 2024년 사법부가 다시 판단해야한다는 등의 이유로 재심을 청구한다고 했다. 당시 합동수사본부장이었던 전두환 전 대통령이 ‘대통령이 되려는 헛된 야욕에 의해 시해했다’는 발언 등도 바로잡고자 한다며, 박정희 대통령 휘하에서 일했던 김 전 부장이 “내가 박정희 무덤을 밟고 올라갈만큼 그렇게 도의 저버릴 사람이 아니다”라고 한 일도 전했다.


조영선 변호사는 “10월 27일 발령한 계엄령 자체가 위헌이고, 그 비상계엄 하에서 계엄 전 사건에 대한 수사 공소 재판은 당연 무효”라며 당시 민간인이었던 김 전 부장에 대해 위법한 합동수사본부가 수사를 하고, 군사법원이 재판한 점에 대해서도 별도로 위헌법률심판제청을 했다고 밝혔다. “수사 과정에서 있었던 가혹행위 및 권리 침해, 공판 녹취록과 다르게 적힌 공판조서 등을 새로 발견해 재심 개시결정을 하기에 충분하다고 본다” 고도 했다. 당시 군사법원의 절차 진행에도 부당함이 있었다고 했다. 비공개 재판으로 판결이 나기 전에 공판조서를 볼 수 없는 등 “변호인 조력권·방어권을 철저하게 유린당한 끝에 사건 발생 7개월만에 사형이 집행됐다”고 강조했다. 검찰 측은 이날 별도로 입장을 구두로 밝히지 않고 추후 서면으로 제출하기로 했다.

심문이 끝난 뒤 김 전 부장의 동생 김정숙씨는 “아직 (재심을 할 지) 아무것도 결정난 게 없으니 지금부터 일어나는 일들이 이제 시작이라고 생각한다”며 “전두환이 ‘자기가 대통령 되고 싶어서 쐈다’든지 하는 말들이 거짓이란 게 밝혀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안동일 변호사에 대한 증인신문을 포함한 다음 심문기일은 6월 12일 오후에 열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