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윤복의 '혜원전신첩' 속 명장면이 사방 벽에 생동감 있게 움직이고 있다. ⓒ간송미술관
조선시대 하면 떠오르는 인물로 세종대왕을 빼놓을 수 없죠. 세종대왕은 백성을 사랑하는 마음에서 한글을 만들었는데요. 단순한 문자가 아닌, 우리 민족의 철학과 역사 그리고 정신을 담고 있는 언어 한글 창제와 관련한 모든 정보를 담은 책이 『훈민정음 해례본』입니다. 세종대왕과 떼려야 뗄 수 없는 보물 『훈민정음 해례본』은 미디어아트와 만나 하나의 세계로 재해석됐어요. 먼저 온 사방이 거울로 된 전시실에 들어서면 천장에 한글이 새겨진 큐브가 달려 있는데요. 이 큐브가 오색찬란한 광채를 뿜어내는 동시에 신비한 분위기를 연출하며 세종대왕의 ‘훈민정음’ 창제 비밀과 현재 한글의 영향력을 예술적으로 표현합니다. 이어지는 방으로 나아가면 어두컴컴한 가운데 반짝이는 빛을 머금고 있는 『훈민정음 해례본』 이 있어요. 이를 중심으로 강렬한 빛의 충돌이 시작되면서 세종대왕의 철학과 한글 창제 원리 등이 입체적으로 살아 움직이죠.

겸재 정선의 '관동명승첩'과 '해악전신첩' 속 금강산의 사계절을 표현한 작품. ⓒ간송미술관
여성을 전면에 내세운 작품이 드문 조선시대라 더욱 특별한 신윤복의 ‘미인도’를 만날 차례입니다. 최은지 간송미술관 학예사는 “신윤복이 왜 이 그림을 그렸고 어떤 여인인지 등 그림과 관련된 정보가 없다 보니 ‘미인도’를 주제로 상상을 펼친 소설·영화·드라마 등 다양한 대중문화 작품이 만들어졌고, 여전히 ‘미인도’를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많아요”라고 설명했죠. 이어 “‘미인도’ 속 여인의 눈과 손 등이 살짝살짝 움직여요. 과하지 않을 정도로 조금씩 움직이는 모습을 포착해보세요”라며 “여기에 여인의 신비로움을 담은 향이 더해져 그림에 더 몰입할 수 있죠”라고 재미있게 ‘미인도’를 관람할 수 있는 팁을 전했어요.

훈민정음 창제 비밀과 현재 한글의 영향력을 미디어아트로 표현했다. ⓒ간송미술관
‘혜원전신첩’관에서 나오면 새하얀 매화로 꾸민 포토 스폿이 마련돼 있습니다. 몰입형 미디어전시답게 화려한 기술이 더해진 포토 스폿에는 초속 5㎝로 꽃잎이 흩날려 이 순간을 포착해 사진을 남기려는 사람들이 많았어요. 매화로 꾸민 포토 스폿에는 은은한 수선화향이 맴도는데요. 매화와 수선화향을 선택한 것도 다 이유가 있다고 해요. 포토 스폿 맞은편에는 수선화와 매화를 사랑한 추사 김정희 전시관이 기획됐기 때문이죠. 24세 때 아버지를 따라 연경(중국 베이징)에 간 김정희는 그곳에서 수선화를 처음 보고 마음을 빼앗겼다고 해요. 그 후 수선화를 구해 정약용에게 선물로 보내는 등 수선화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드러냈죠. 김정희 관에서는 수선화향과 더불어 묵향이 풍겨옵니다.

추사 김정희의 서체를 역동적이면서 강렬하게 표현한 미디어아트. ⓒ간송미술관
최 학예사는 “이번 전시의 메인이자 학생들에게 가장 추천하고 싶은 작품이에요. 눈이 부실 만큼 화려하고 작품의 숨은 의도가 너무 좋아 학생들이 꼭 봤으면 해요”라며 ‘삼청첩’과 ‘금강내산’을 디지털화한 전시관으로 이끌었어요. ‘삼청첩’을 그린 이정은 세종대왕의 현손, 즉 왕족이죠. 이정은 임진왜란 때 왜적의 칼을 맞아 오른팔을 잃었지만 그림에 대한 의지로 재활에 매진했고, 그 결과 ‘삼청첩’이라는 대작을 남겼습니다. 대나무·매화·난을 검은 비단에 수놓은 ‘삼청첩’은 금가루로 그리고 당시 최고의 서예가로 명성을 떨친 한석봉에게 글씨를 맡겨 작품의 완성도를 더했죠. 최 학예사는 “‘삼청첩’은 전쟁 직후 힘은 왜군에게 밀리지만 문화적 힘은 더 위대하며, 이 작품을 통해 고난을 이겨내자는 의미를 담았어요. 고려의 팔만대장경이 원나라의 침입을 불심으로 이겨내려고 했다면 ‘삼청첩’은 임진왜란의 상처를 극복하자는 의미를 담고 있죠. 그래서 다른 전시보다 더 화려하고 박진감 넘치게 표현했죠”라고 얘기했어요.

초속 5㎝의 새하얀 매화가 흩날리는 포토 스폿. 은은한 수선화향이 일품이다. ⓒ간송미술관
마지막 공간에는 국보 ‘계미명금동삼존불입상’을 추와 17.5㎝의 미니어처로 재해석한 작품이 설치됐습니다. 추의 움직임은 진자운동(일정한 축을 중심으로 일정한 주기 운동을 하는 물체)을 보는 듯한데, 이는 변치 않는 영원함을 표현한 것이라고 해요. 특히 이 전시관에는 기획 때부터 앉을 곳을 따로 조성했다고 하는데요. 최 학예사는 “자리에 앉아 작품을 바라보며 잠시 멍 때리기를 하다 보면 고요한 마음의 평화를 느낄 수 있을 거예요”라고 귀띔했죠.

관객이 직접 체험할 수 있는 '타임 슬립 투 조선' 코너에선 앱을 통해 그림 속 인물로 변한 내 모습을 다운받을 수 있다. ⓒ간송미술관
간송미술관 미디어전시 '구름이 걷히니 달이 비치고 바람 부니 별이 빛난다'
기간 2025년 4월 30일까지(월요일 휴관)
장소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뮤지엄 전시 2관(2층)
관람 시간 오전 10시~오후 8시(입장 마감 오후 7시)
관람료 성인 2만원, 청소년 1만5000원, 어린이 1만원
장소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뮤지엄 전시 2관(2층)
관람 시간 오전 10시~오후 8시(입장 마감 오후 7시)
관람료 성인 2만원, 청소년 1만5000원, 어린이 1만원